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반조립(CKD) 공장 설립을 검토한다. 현대차(005380)의 첫 중동 생산기지로 사우디가 확정되면 성장 가능성이 큰 현지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사우디아라비아 산업광물자원부와 현지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 체결식에는 사우디 산업부 장관과 경제기획부 장관, 김선섭 현대차 글로벌사업관리본부장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산업부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현대차와 자동차 생산 증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사우디 현지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 산업 전략의 목표와 합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차와 사우디 정부는 현지에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반조립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국에서 반조립 제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최종 조립한 후 판매하는 방식이다. 협력이 현실화하면 현대차는 최초의 중동 공장을 사우디에 두게 된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곳으로 분류된다. 2017년부터 여성의 운전이 허용됨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고 광활한 사막 탓에 자동차를 자주 바꾸는 소비자가 많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의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이른 시일 내에 6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조립 공장이 설립되면 현대차그룹의 현지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대차는 도요타에 이어 현지 자동차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여성 운전자에 특화한 마케팅 전략을 펴는 등 현지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방안에 집중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에서 사우디로 수출된 자동차만 해도 64억 달러(약 8조 원)어치에 달한다. 한국의 전체 사우디 수출액 중 33%를 차지하는 규모다.
사우디 정부는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제조 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 등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는 현대차와 추가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 리야드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며 ‘비전 2030’에 따라 조성할 신도시 ‘네옴시티’에서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운행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서울에서 만나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