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입장만 대변하는 巨野…영국식 '제3의 길' 모색할 때

[변화 시급한 민주당]
뚜렷한 전략없이 개혁 반대만
80년대 英 노동당 행태와 유사
이념만 고집땐 집권 힘들수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각종 노동 현안들이 여야 대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노동조합의 방만한 회계 운영을 문제 삼는가 하면 30인 미만 기업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야권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맞섰다.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노조의 이념 편향성과 구태한 운영 방식을 정조준하며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은 뚜렷한 전략 없이 기성 노조의 입장만 대변하는 구도다. 노동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노조의 주장을 재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당식 노동 개혁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1일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추가연장근로제 모두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일몰됐다. 여야가 각종 일몰 법안의 처리를 위해 지난달 28일 본회의를 열면서도 정작 노동 관련 법안들을 단 한 건도 부의하지 못해서다. 현장 혼란이 상당할 것임을 알면서도 여야 모두 각자의 입장만 고수한 채 평행선만 달려온 결과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경제와 민생 회복이 시급한데 작은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며 “연말에 국회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자책했다.


일각에서는 지금 모습이 1980년대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대립과 유사하다고 우려한다. 당시 영국 보수당은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였고 이에 대항해 노동당은 노동조합과 더욱 밀착해 저항했다. 정치권이 양쪽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통에 2차 대전 이후 30년간 이어져온 합의의 정치 기반이 완전히 붕괴됐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당시 광산 노조를 중심으로 좌경화됐던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제3의 길’을 내걸고 재집권하기 전까지 18년 동안 야당에 머물러야 했다. 영국병과 석유 파동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불만은 읽지 못한 채 이념만 고집한 탓이다.


정부의 노동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도 유사한 측면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에 주력하면서 노동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전무하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노조의 주장만 되풀이할 정도다. 노조의 입김에 휘둘려 강경 노선으로 치우치기 쉬운 상황이다. 3년 전 노동운동가 출신 원내대표가 과감한 노동 개혁을 주문한 것과 상반된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만의 노동 개혁 방향을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노조에 대한 과도한 공세을 견제하면서도 기성 노조가 해결하지 못한 비정규직 문제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지선을 거치며 민주당 내부에서 나왔던 노동 공약도 상당히 많다”며 “노조가 제안하는 법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민주당의 정책을 제시해야 대안 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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