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고] 노동 개혁이 최우선 과제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韓노동법, 국제기준보다 규제 과해
대기업 노조에만 치우쳐 양극화 초래
주52시간·연공급 임금제 개선하고
기업인에 과도한 형사처벌 손봐야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해를 맞았으나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부도를 맞았던 1998년 외환위기 때 -5.1%, 2009년 금융위기 때 0.9%,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 -0.7%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가 처한 형국이 위태롭다. 더욱이 과도한 기업 규제로 인한 민간경제 활력 저하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산업 구조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잠재성장률마저 지속 하락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국제기구들마저 앞다퉈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지적했던 노동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3년에 이어 2022년에도 우리 경제에 과도한 정규직 고용 보호 완화를 제언했다. 한 번 채용되면 웬만해서는 해고되지 않고 임금은 해마다 저절로 오르는 대기업 정규직 과보호 체계를 개선하라는 취지다. 우리 노동법은 국제 기준에 비해 과도한 규제를 적용해 파견 근로나 기간제 근로 일자리를 제한하고 있다. 또 민법상 정당하게 인정되는 도급에 파견법을 적용해 불법 파견으로 재단함으로써 사내 도급 일자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규제 일변도의 방식은 민간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우리 노동시장 전체의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더욱이 기득권 옹호에 치우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전투적 노사 관계를 방치하는 노동법 제도는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고 양극화만 심화시킬 뿐이다.


미래 국가 경쟁력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 전반의 혁신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 우선 전문가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안한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주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임금체계를 원활히 개편할 수 있도록 공공 부문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하고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개선하는 등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낡고 획일적인 주52시간제도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 연장근로 산정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월·분기·연 단위로 확대하고 고소득 전문직에게는 근로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사내 도급이나 파견 근로, 기간제 근로 등 다양한 일자리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 업무 성과 부진 같은 일신상 사유에 따른 해고 규정을 명확히 정비해 고용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유연화를 전제로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도 확충해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아가 노사 간 힘의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파업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도 완화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노동 개혁의 필요성이나 내용을 몰라서 못했던 것은 아니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누구도 쓴 약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기 위해서는 약을 먹지 않을 수 없다. 단기적인 이해득실이 아닌 국가 미래를 위한 중장기적 계획 하에 실현 가능한 과제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 여론도 노동 개혁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확고한 리더십 아래 노사정의 개혁 의지가 모아져야 한다. 영국병을 치료한 마거릿 대처 총리나 독일을 유럽의 최강자로 재부흥시킨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등 성공한 노동 개혁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선진국이 이미 걸어간 길을 우리라고 가지 못할 것은 없다. 노동 개혁이야말로 올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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