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년부터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의 칼을 빼들었다. 윤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에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들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치신인인 윤 대통령은 정치권은 물론이고 노동과 교육 등 각계에 자리한 기득권에 빚이 없다. 개혁의 적임자라는 말에 수긍이 가는 이유다.
세상은 미중 패권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확실한 세계로 접어들었다.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앞날도 그렇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확실한 게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이다. 당장 2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전체 건강보험 지출의 절반을 노인진료비에 쓰는 사회가 코앞이다. 이대로 47년을 더 가면 인구는 5200만명에서 3800만명으로 줄고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청년층이 돈을 못 벌고 노년층은 현재의 복지를 유지하는 대한민국은 가능하지 않다.
모두가 파산하지 않으려면 초고령사회에 맞춰 연금개혁과 동시에 정년연장도 논의해야 한다. 선결조건은 노동개혁이다.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높은 기득권을 쌓은 기성세대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으로 백수를 전전하는 청년층과의 균형부터 맞춰야 한다. 신년사에 개혁을 내세운 윤 대통령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안다.
개혁은 피해가 확실하고 혜택은 불확실한 일이다. 성공하려면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개혁은 뼈아프다. 공무원 개혁은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을 배제한 채 출발했다. 지급률도 20년 간 순차적으로 내리면서 기존 세대 대신 미래 세대를 재물로 삼았다. 노동개혁은 어땠나. 일방적으로 추진한 양대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혔다. 노사합의 없이 윽박지르기로 추진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원상복귀 됐다.
윤 대통령이 개혁을 한다면 더 많은 소통에 나서야 한다. 지금처럼 공개회의 또는 특정 언론을 통한 메시지는 선명할지언정 국민적인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개혁은 반대하는 국민마저 설득하는 과업이다. 장막 뒤에서 휘두르던 사회개혁에 등을 돌린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