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도약 기회"…유통가 '소비 한파' 뚫는다

◆주요 유통기업 신년사
정용진 "기본에 충실…고객·상품 집중"
정지선 "격변의 시대 성장의 길 모색"
손경식 "중기 미래혁신성장 등 달성"
신동원 "글로벌사업 키워 넘버원 도약"

2023년 유통업계는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섰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 수혜로 재미를 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유통 기업은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과 ‘변화·혁신’, ‘기본’을 올 한해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제시하며 불확실성을 극복할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은 2일 영상을 통한 신년사에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상황’을 언급하며 “고객과의 접점이 큰 리테일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 정 부회장은 기본의 핵심으로 ‘고객’과 ‘상품’을 꼽았다. 이어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고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대화할 것을 당부했다. 수년간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대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고객에게 집중하고, 고객의 마음이 떨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백화점과 마트, 호텔, e커머스 등 계열사별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 부회장은 △위기 대응의 관점을 바꿀 것을 강조했다. 그는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단어인 ‘위기의식’이 오히려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하고, 위기는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며 관점의 전환을 제안했다. 특히 지난해 서머캐리백(굿즈)으로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를 직접 언급하고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수차례 놓치고 수년간 쌓은 브랜드 입지와 고객 신뢰를 훼손했다”며 “발생한 위기를 진정성 있게 돌아보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대응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기본과 본질에 충실할 때 위험과 위기는 도약을 위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재차 기본을 강조하는 말로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069960)그룹 회장도 이날 온라인 시무식에서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지만,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올해를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추구할 3대 실천가치로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목적에 충실하고 △ ‘리프레이밍’을 통한 최적의 가치를 발굴하며 △구성원의 담대한 도전과 내외부 파트너십에 기반한 성장을 추구해 나간다를 제시했다. 업무와 사업전략, 고객 응대에 있어 ‘형식적인 형식’과 ‘당장의 이익’에 치중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목적’, ‘실질적인 효용가치 창출’에 방점을 찍어달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고객과 고객사가 표출하는 다양한 의견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말고 ‘요구 뒤에 숨어있는 욕구’를 읽어 해법을 찾아내고, 그 해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피고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CJ(001040)그룹 회장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을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을 주문하는 한편,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10월 ‘그룹 CEO미팅’ 자리에서 언급한 중기 전략 실행을 거듭 강조했다. 손 회장은 “2년째 최고 실적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그룹 시가총액이 정체돼있는 것은 CJ그룹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올해를 2025 중기 전략 실행의 원년으로 삼고, 최고 인재 주도의 압도적 실행력으로 미래혁신성장을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4대 미래 성장엔진(문화, 플랫폼, 웰니스, 지속가능성)기반의 혁신 사업 중심으로 신속한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철저히 실행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신동원 농심(004370) 회장은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글로벌을 꼽았다. 신 회장은 “글로벌 사업 확장은 시대적인 과제”라며 “최근 준공한 미국 제2공장과 중국 청도 신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넘버원(No.1)을 향해 달려나가자”고 독려했다. LG생활건강(051900)도 해외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건다는 방침이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은 중국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이 사장은 “중국 시장은 고객 변화에 맞춰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하고, 북미 시장은 현지 고객 특성에 맞는 사업 역량을 차근차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001680)도 위기 대응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임정배 대상 대표이사는 “데이터(data) 중심 경영을 확대하면서 경쟁사와 차별화 된 리스크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하이트진로(000080)에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응변창신(應變創新)’을 언급하며 “혁신적인 제반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 하고, 소주에 이어 테라 리붐업(Re-Boom up)을 통해 맥주 시장에서도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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