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전문가 70% “美 올해 경기 침체 못 피해”…원인은 “연준 긴축”

WSJ, 23개 은행 대상 설문
2곳은 침체 시점 내년 전망
유럽에선 英 ·伊가 직격탄

미국 월가의 대형 은행 상당수가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재정 건전성의 취약점을 드러낸 영국과 이탈리아가 경기 침체 시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됐다.


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바클레이스 등 23개 상업·투자은행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약 70%인 16곳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 2곳은 침체 시점을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봤으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은행은 5곳에 불과했다.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는 지난해 초 0.25%였던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나 인상해 4.5%까지 끌어올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과도한 긴축을 꼽았다. WSJ는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뤄진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따른 ‘냉각 효과’가 올해 미국 경제를 덮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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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 은행들의 대출 기준 강화 등도 미국의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위험 신호라고 봤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소비가 위축돼 2조 3000억 달러(약 2930조 원)까지 불어났던 미국인들의 초과 예금은 최근 1조 2000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그만큼 경제 위기 때 버틸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WSJ 조사에서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은행들의 올해 미국 성장률 평균 전망치도 0.5%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2012∼2021년 평균 성장률 2.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는 영국과 이탈리아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새해에 경제 전문가 101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상당수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로 영국을 꼽았다. 응답자의 80% 이상은 지난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이미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또 FT는 전문가들 대다수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45%를 넘는 이탈리아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임기를 시작한 ‘극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올해 재정적자를 크게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최근 4.6%로 1년 전보다 4배 이상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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