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업종별 기상도 보니…IT·정유화학 '한파', 제약·화장품 '맑음'

대한상의, 2254개 기업 대상 전망 조사
원자재 고비중·글로벌 민감 업종 부진
기업 전망 성장률 1.16%…기관 전망보다 낮아
'투자 늘릴 것' 12% 그쳐…1년 새 20%P 급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모습.

새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 기상도’가 제조업종별로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 화장품, 전기장비 등은 호재가 기대되지만 국내 대표 수출산업인 정보기술(IT)·가전, 정유·화학 등은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이 예상한 경제성장률도 기관전망치 대비 낮아 올 한해도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25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이 바라본 2023 경제·경영전망’을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조사 결과 기업의 새해 매출 전망치를 상대 비교해 ‘업종별 기상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맑은 업종’은 제약, 화장품, 전기장비 순으로 나타났다. ‘한파가 몰아칠 업종’은 비금속광물, 섬유, 정유·화학, IT·가전 순이었다. 제약은 ‘코로나 특수’가 이어지고 있고 화장품은 중국의 소비회복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매출이 지난해 대비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원자재 비중이 높고 글로벌 수요에 민감한 업종은 부진한 전망을 보였다.


식품, 자동차, 조선, 의료·정밀은 소폭이지만 매출 증가 전망이 나와 ‘약간 맑음’으로 분류됐다. 철강, 기계, 목재·가구는 소폭의 매출 감소 전망 속에 ‘흐림’에 속했다.




기업들이 전망하는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1.16%로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1.5~2.0%) 수준에 비해 낮았다. 대한상의가 인용한 기관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전망치인 아시아개발은행(ABD)의 1.5%보다도 0.34%포인트 하회했다.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여건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다는 얘기다. 고물가, 고금리 어려움 속에 내수 위축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기업들이 응답한 전망치는 1.0~1.5% 구간이 30.6%로 가장 많았다. 이어 1.5~2.0% 28.8%, 0.5~1.0% 15.4% 순이다. 마이너스 역성장을 전망한 기업도 8.8% 있었다. 반면 3% 이상을 꼽은 기업은 0.4%에 그쳤다. 전체 응답결과의 가중평균값은 1.16%였다.




지난해와 비교해 새해 매출·수출 실적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는 ‘역성장’ 답변이 나왔다. 매출 전망의 경우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34.5%로 플러스(+) 실적 응답 기업(32.4%)보다 많았다. 가중평균값은 ?1.0%다.


수출 전망의 경우 43.2% 기업이 ‘동일 수준’을 전망한 가운데 마이너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26.2%, 플러스 구간을 꼽은 기업이 30.6%로 가중평균값은 ?1.3%로 집계됐다.


경영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투자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기업들이 더 많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새해 투자를 늘린다는 기업은 12.6%로 투자를 줄이겠다는 답변(33.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1년 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는 ‘투자를 전년보다 늘리겠다’는 답변이 41.6%였는데 1년 만에 29%포인트나 급감했다. 반면 ‘작년과 동일하거나 감소할 것’이라는 보수적 답변은 2022년 전망치 58.4%에서 2023년 전망치 87.4%로 대폭 증가했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꼽은 한국경제 리스크 요인은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현상 지속과 내수소비 둔화였다. 리스크 요인(복수응답)에 대해 ‘고물가·원자재가 지속’이 67.3%로 가장 많았고 내수경기 침체(38.2%), 고금리 지속(29.2%), 원부자재 수급 불안(17.8%), 고환율 장기화(16.7%) 등이 뒤이어 언급됐다.


리스크 요인을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할 과제(복수응답)로는 ‘경기상황을 고려한 금리정책’(47.2%), ‘환율 등 외환시장 안정’(42.6%), ‘자금조달시장 경색 완화’(32.2%), ‘규제혁신 통한 성장동력 확보’(21.7%), ‘수출 및 기업활동 지원’(21.3%), ‘공급망 안정화’(20.2%) 등이 제시됐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코로나의 정상화 과정에서 전세계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인 만큼 누가 선제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회복기의 득실이 달려있다”고 말하고 “지금은 민간, 정부, 정치권은 물론 경영계와 노동계 등 한국경제의 모든 구성원들이 경제 위기상황을 잘 극복하는데 힘을 모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1~14일 전국 제조업체 2254개 사를 대상으로 이메일과 팩스, 전화 조사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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