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도, 페이지도…안티에이징에 꽂힌 美 억만장자들

"만병의 근원인 노화 방지"
알토스랩 4조원 초기 투자금
베이조스 등 '큰손' 유치 성공
틸·페이지도 '불로장생'에 주목
건강·권력 빈부격차 확대 우려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과감한 투자로 민간의 우주개발을 뜻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연 미국 억만장자들이 이번에는 만병의 근원인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초 설립된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기업 ‘알토스랩’은 30억 달러(약 4조 원)의 초기 투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바이오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당시 투자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러시아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메일루 창업자 유리 밀너 등이 참여했다. 알토스랩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인간을 ‘재프로그래밍’함으로써 생체 시계를 멈추거나 되돌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핼 배런 알토스랩 최고경영자(CEO)는 “억만장자들의 투자금은 질병 극복을 위한 ‘참신한 방식(노화 억제)’에 성공하기 전까지 수 차례의 실패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FT는 억만장자들의 노화 방지 프로젝트 투자를 “장기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항(抗)노화’ 연구계와 불로장생을 위해 기꺼이 투자하려는 억만장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베이조스의 항노화 산업 투자는 알토스랩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 기업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과 함께 2016년 ‘유니티바이오테크놀로지’에 투자한 것이 먼저였다. 이 기업은 노화 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하는 신약을 개발해 노화 관련 질환을 막는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틸은 이외에도 노화 세포 제거 등 여러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센스연구재단’에도 700만 달러 넘게 기부한 바 있다.


미국의 대표 빅테크인 구글도 2013년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와 함께 노화 방지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캘리코’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이 산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캘리코에 35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는 당시 “생명 연장은 모두의 꿈”이라며 장기 투자 의지를 피력했다.


노화 방지 프로젝트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1년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진은 실험 쥐의 체내에서 노화 세포를 제거한 결과 근육 소실, 백내장 등 노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쥐가 더 건강하게 기존 수명 대비 20~30%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다만 이 연구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연구 자금이 필요했고 억만장자들이 이 같은 요구에 응답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투자 러시가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명윤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웨어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는 “장수는 독재자들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포함해 건강·부·권력의 빈부격차를 확대할 위험이 있다”며 “오래 살수록 재산이 많아지고 부자가 될수록 정치적 영향력은 커진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