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쏟아진 러 '자살 드론'…섬뜩한 '새해 인사' 적혔다

우크라이나 경찰청장, 러시아발 자폭 드론 잔해에서 러시아어로 '해피 뉴이어' 문구 쓰여져 있는 사진 공개

지난해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병사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년사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2022년 마지막 날인 이날에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다쳤다. 도네츠크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새해 첫날부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포함한 주요 도시를 공습한 가운데, 러시아발 드론(무인기) 파편에서 러시아 군인들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조롱문구가 발견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지방경찰청장 안드리 네비토프는 새해 새벽 키이우에 떨어진 러시아의 드론 잔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소위 ‘형제 같은 사람들’이 보낸 한밤의 ‘해피 뉴 이어’ 메시지”라고 전했다.


네비토프 청장이 올린 사진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자폭 드론의 파편 모습이 담겼다. 드론 표면에 적힌 글자로 미뤄볼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투입한 이란제 자살공격 드론 ‘샤헤드-136’으로 추정된다.


가장 커다란 잔해에는 붉은 펜으로 갈겨 쓴 러시아어 ‘해피 뉴이어’문구가 눈에 띈다. 이는 러시아 군인들이 드론에 적은 것으로 보인다. 글자 위에는 선물에 폭탄을 줄로 연결한 조잡한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네비토프 청장은 “지금 이 드론은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최전방에서 발견된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뛰어 노는 운동장에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당신이 테러리스트 국가(러시아를 의미)와 그들의 군대에 대해 알아야 할 점”이라고 말하며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 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군은 연말과 새해에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갔다.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31일 밤 키이우 상공에서만 드론 45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키이우와 남부 헤르손, 서부 크멜니츠키 등지에서 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당했다.


러시아 당국은 민간인을 겨냥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드론 생산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시설을 타격한 것”이라면서 “드론을 만들어 러시아에 테러 공격을 하려는 우크라이나 정권의 계획은 좌절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승리를 다짐했다. 이 연설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러시아어로 "당신들의 지도자는 당신들의 뒤에 숨어 나라와 미래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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