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의 추가 세액공제 혜택까지 줄 방침이어서 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은 최대 25%까지 올라간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이달 중 마련해 최대한 빨리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1일 만에 추가 감세 방침을 공식화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종전 6%에서 8%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반도체 시설 투자에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15%까지만 상향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의문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젠 찔끔 세액공제안을 대체할 개선책을 속히 실행해야 할 차례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반도체 산업을 미국·대만 등에 비해 법인세율은 월등히 높고 세액공제는 형편없이 낮은 악조건 속에 더 이상 가둬서는 안 된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의 TSMC가 일본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의 공사 기간을 당초 5년에서 2년으로 앞당기려고 4조 6200억 원가량의 보조금을 투입하는 등 전폭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3월 37.9%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8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반도체 산업의 도태를 막으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압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거대 야당은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등을 위한 입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