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바게트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바게트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을 넘어 세계인의 빵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바게트는 본래 프랑스 국민의 주식이다. 아침에는 버터를 발라 먹고, 점심에는 햄·참치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먹고, 저녁에는 접시에 남은 음식물을 닦아가며 먹는다. ‘아이에게 이가 나면 바게트 한 조각을 물리고 자라면 첫 심부름으로 바게트를 사오게 한다’고 할 정도다.
‘바게트(baguette)’의 원래 뜻은 막대기다. 막대기처럼 생겨 바게트가 됐다. 바게트의 기원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제빵 노동자들의 과로 방지다. 프랑스는 1920년 노동법을 개정해 제빵 노동자들이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일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시까지는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기존의 두껍고 둥근 빵을 만들려면 밤샘 노동을 해야 했다. 노동법이 바뀌자 빵 굽는 시간을 줄여야 했고 그 결과 가늘고 길쭉한 형태의 바게트가 만들어졌다.
빵 평등권이 계기가 됐다는 설도 있다. 18세기까지 프랑스에서 귀족은 부드러운 흰 빵을 먹고 서민은 거친 검은 빵을 먹었다. 정부가 소금이 들어가는 식품에 세금을 매기면서 귀족은 면제해준 것을 기폭제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는 얘기가 있다. 이후 집권세력인 국민공회가 누구나 같은 품질의 빵을 먹어야 한다며 빵 평등권을 제정했다. 빵 평등권에 따라 부자나 빈자나 모두 싸게 먹을 새 빵을 만들었는데 이 빵이 바게트라는 것이다.
바게트 한 개는 1유로(약 1300 원) 정도의 싼 값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바게트도 인플레이션에 휩쓸릴 처지가 됐다. 밀가루 등 원재료 값 상승에 이어 전기료까지 치솟으면서 프랑스 제빵사들이 가게를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한 달에 400유로(약 54만 원) 하던 전기료가 올 들어 1500유로(약 202만 원)로 올랐다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를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지금 에너지 안보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에 덜미를 잡히지 않으려면 안정적인 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