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소통 않는 정치”…훈수보다 반성이 먼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통하지 않는 정치가 얼마나 위험하고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지난 1년간 실감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윤석열 정부를 공격했다. 문 전 대통령이 2일 평산마을 사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한 것을 민주당이 3일 편집해 공개한 영상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당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침범과 관련해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무인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취지로 말했다. 평화 타령에 빠져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간을 벌어주고 실전 훈련 중단으로 도발 대응 능력을 약화시켜놓고 외려 자화자찬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언급만 보면 지난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진전된 듯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민주주의가 훼손된 사례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국회에서 편법 사보임,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강행 등 입법 폭주를 일삼았다. 반대 세력과 소통하지 않고 편 가르기 정치를 했다. 드루킹 여론 조작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사건이다.


전직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집권 시절의 민주주의 훼손과 정책 실패에 대해 한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난·저주에만 주력하니 ‘내로남불’이고 몰염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정권과 이 대표의 각종 비리 의혹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서 훈수까지 두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직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으로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해 현실 정치에 개입하면 국론 분열만 증폭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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