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애플. 나 안드로이드야.”
"CES가 최신 기술을 공유하는 자리인 만큼 우리도 너희의 ’픽셀화된 텍스트' 문제를 해결하는 코드를 공유해야겠다 싶었어."
“아 미안… 너희는 여전히 SMS(단문 메시지 서비스)를 쓰지.”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센트럴 플라자에 들어서자 구글 전시장의 거대한 옥외 전광판이 나타났다. 40여명의 구글 직원들이 다음 날 열릴 전시를 최종 점검하기 위해 전광판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2년 만에 CES에 참가한 구글이 애플의 SMS가 호환이 안 된다는 점을 재치있게 건드리는 내용이었다. 이윽고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모노레일의 움직임에 시선을 쫓자 모노레일 차량을 전면 도배한 구글 안드로이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은 함께 있을 때 더 잘 작동합니다.’
대표 빅테크인 구글이 북미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 귀환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해 불참한 뒤 2년 만이다. 구글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도 CES에 대대적인 규모로 참석하면서 CES도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피하게 됐다.
전시 준비에 한창인 구글 부스 한 쪽에는 BMW 차량이 전시돼 있고 옆에 ‘안드로이드 오토’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다. 구글은 이번에 차량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의 새로운 기능들을 들고 나왔다. 다른 한 쪽에는 구글의 스마트홈 서비스인 구글 네스트와 관련 기기들이 전시됐다. 픽셀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또한 전시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의 모든 역량을 공개하는 자리다. 오전 시간에는 40여명의 직원들이 전시장에 모여 전시 상태를 점검하고 한쪽에서는 회의를 하는 모습도 관측됐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도 별도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웨이모는 중국의 완성차 기업 지리 자동차와 협업한 승차 호출 서비스용 5인승 미니 밴 ‘Zeekr’도 베일에 싼 채 전시 준비에 한창이었다. 지난 달 처음 공개된 이 자동차는 360도 라이다를 탑재해 완전 자율주행 형태로 움직인다.
오토모티브 전시장인 LVCC 웨스트홀 입구에 아마존도 ‘차량을 위한 아마존(Amazon for Automotive)’라는 슬로건으로 전시장을 마련했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인 알렉사와 전기차 업체 루시드가 협업한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루시드 차량에 탑재된 알렉사는 음성 명령 만으로 차량의 온도를 조절하고 내비게이션을 안내하는 등 차량과의 연결성을 높였다. 또 급속 충전 서비스인 이브이고(EVgo)와 연계해 주변의 급속 충전 시설을 찾아주는 기능도 소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기술로 전시 공간을 꾸렸다. 지난해 기업 공개(IPO)를 통해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모빌아이도 부스를 크게 꾸렸다. ‘자율주행 차량 혁명을 이끈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기존의 영역을 탈피해서 비전을 제시한 기업도 있다. 대표 카메라·영상 기기 기업인 캐논은 전시장 한쪽에 새로운 비전을 담은 로봇을 전시했다. 리블렛(Riblet)이라는 이름의 로봇은 수백만 개의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돼 있는 상어의 피부 모양을 형상화했다. 어떤 자극에도 흔들림이 없이 효율적으로 수영을 하는 상어처럼 로봇 주변의 여러 조직이 흔들림 없는 정확한 사진을 찍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이를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파나소닉 전시장 한 복판에는 페로브스키트 태양광 나무가 전시됐다. 수 백여개의 태양광 패널로 이뤄진 나무를 통해 2050년까지 전세계 탄소 배출을 1% 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