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유동성 경색 및 부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연기금과 공제회·은행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부동산 관련 투자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올 상반기 브리지론과 PF 대출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1군 시공사와 수도권 등 극히 일부 프로젝트만 대상으로 진행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 시장이 더욱 위축돼 주택 공급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한 대형 증권사의 ‘주요 기관투자자 동향 및 대체자산 세일즈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기관투자가 대부분이 올 상반기 부동산 투자를 중단하거나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해당 증권사가 연기금·공제회·은행·보험사·캐피털사 등 개별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계획을 분석해 작성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출이다. 연기금과 공제회·은행·보험사·캐피털·저축은행 등 기관 상당수가 브리지론과 PF 대출 불가 방침을 세웠다. 이들 중 일부는 국내 주택 분양 사업에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며 관련 투자를 지양하기로 했다. 시공사와 지역에 따라 선별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진행하기로 결정한 곳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1군 시공사 △도급 순위 50위권 이내 시공사 △신용등급 A0 이상 시공사 등이 담당하는 사업장에만 투자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지역별로는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대구 △인구 50만 명 미만의 지방 소도시 △중소도시 등을 투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방안을 세운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피털 등은 비교적 덜 보수적으로 투자 방침을 정했으나 요구 수익률을 최소 15%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이처럼 부동산 관련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면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부동산 개발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PF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제도권 자금 조달에 실패한 시행·시공사가 결국 고금리 사채시장으로 가거나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금융기관 부실로 연결되고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