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에 진심" 디지털藥 개발사로 변신한 SK바이오팜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미국·유럽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상업화 성공
자체 개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CES 2023 혁신상 수상
합성신약·디지털치료제 시너지 도모…뇌전증 정복 박차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CES 혁신상을 수상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 글래스(왼쪽)와 ‘제로 와이어드’. 사진 제공=SK바이오팜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3)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간 IT(정보기술)·가전 업계가 주도하던 CES는 최근 몇 년 사이 헬스케어 기업들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습니다. 지난해 CES 최고 혁신상이 글로벌 체외진단기업 애보트의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3'에게 돌아간 것만 봐도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죠.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팔에 동전 크기의 센서를 부착하기만 하면 최장 14일까지 연속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고, 스마트폰에 데이터 연동도 가능한 제품입니다.


올해는 CES 혁신상에 디지털 헬스 분야가 신설되고 닥터나우·메디웨일·웨이센 등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대거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SK바이오팜(326030)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최초로 CES 혁신상을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죠. SK(034730)바이오팜의 CES 첫 출품작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안경 디자인을 적용한 ‘제로 글래스'와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유선형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로 와이어드'입니다. 디바이스를 통해 뇌파·심전도·움직임 등 복합적인 생체신호를 측정하고 실시간 모바일 앱으로 전송해 기록하는 시스템이죠. 지난해 최고 혁신상 수상작인 프리스타일 리브레의 '뇌전증 버전'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K바이오팜은 CES에서 제로 글래스와 제로 와이어드 외에도 제로 헤드밴드, 제로 이어버드, 제로 헤드셋 등 총 5종의 뇌전증 전용 디바이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제로 와이어드’와 ‘제로 앱’의 경우 향후 임상 검증을 거쳐 뇌전증 발작을 탐지 및 예측하는 의료기기로 개발할 계획이죠. 디바이스와 모바일 앱 명칭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제로(Zero)’라는 단어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완전소실(Zero Seizure)’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반영했다고 해요.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서부터인데요. SK바이오팜이 간판 제품인 '세노바메이트'를 앞세워 공략하고 있는 시장도 다름아닌 뇌전증이거든요.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직접 관여해 신약개발 전 과정과 품목허가까지 받아낸 최초의 국산 신약입니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전증을 앓는 성인의 부분발작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 중이죠. 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세노바메이트 단일 제품의 수출액만 1억 달러가 넘습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전신발작(PGTC)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2018년부터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던 SK바이오팜은 돌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2021년 6월에는 SK와 미국의 디지털치료제 기업 칼라헬스에 공동 투자하기도 했죠, 디지털치료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입니다. 전통 의약품 대비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일 뿐 아니라,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고 부작용 위험이 적다는 장점을 갖췄죠. 합성신약 세노바메이트로 시작한 뇌전증 정복의 여정을 디지털 전환으로 가속화하겠다는 큰 그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 셈인데요, 합성신약과 디지털 치료제의 시너지가 과연 얼마나 클지가 관전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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