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올해 출시하는 미국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최대 공급사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이 주도해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마저 중국이 거센 기세로 추격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6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애플 분석 전문가인 대만의 밍치쿠오 TF인터내셔널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의 BOE가 올해 애플 아이폰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BOE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5, 아이폰15 플러스에 탑재될 OLED 패널 공급량의 약 70%를 수주한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14 패널의 70%를 차지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공급 점유율이 30%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BOE가 2024년 애플의 차차기 아이폰(아이폰16)용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패널을 20~30% 수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아이폰15 패널 70%에 이어 아이폰16 패널 20~30%까지 주문을 받으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를 제치고 BOE가 애플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사로 올라설 수 있다.
BOE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맹추격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주도했던 OLED 시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소형 OLED 디스플레이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38.2%의 점유율로 1위, BOE가 20.5%로 2위를 차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TV에 주로 사용되는 대형 OLED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 업체들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잠식당했던 상황이 OLED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 추격에 나서 선두 업체를 따라 잡는 전략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DSCC는 2025년 OLED 시장에서 중국이 47%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한국(51%)을 가시권에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격차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명 OLED,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형태의 혁신 제품과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퀀텀닷(QD) 등 차세대 무기 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글로벌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투자 동력이 크게 저하돼 기업 단위의 노력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 추격으로 OLED가 무너지면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정부가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를 포함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밖에 인력 양성 부분 등에서도 지금보다 면밀한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