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쇼크를 보인 삼성전자(005930)의 주가가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초라한 성적표가 공급·투자 정책 수정을 불가피하게 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기대와 현실 사이의 과도한 괴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800원(1.37%) 오른 5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이 기간 6.5%가 올랐다. 외국인이 3일 동안 5180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전저점 붕괴 공포가 커지던 코스피 역시 분위기가 반전되며 이날 장중 2300 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1.12% 오른 2289.97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2.09% 올랐다.
삼성전자의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4조 원대로 주저앉으면서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 쇼크를 냈다. 하지만 악화된 실적이 오히려 최근 증권가에 대두된 생산·투자 축소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꼴이 되면서 주가가 반등했다. 증권가에서 감산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4분기 성적표가 삼성전자를 불가항력적으로 감산 행렬에 동참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적자가 나타났을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더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예상보다 심화된 업황 부진을 감안해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 금액을 축소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직접적인 감산을 발표하지 않아도 라인 효율성 점검 등으로 간접적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현재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신중론이 함께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가 기대와는 달리 공급·투자 축소에 나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방 수요 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길게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신중론에 힘을 더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반등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와 증시, 글로벌 거시경제, 업황이 처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벌어졌다는 점이 문제”라며 “기대와 현실 간의 괴리율이 벌어진 만큼 축소의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