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자치경찰위'에 책임 떠넘긴 특수본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 논란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연합뉴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0·29 참사의 ‘윗선’으로 꼽히는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책임을 자치경찰위원회로 돌렸다. 특수본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자치경찰제의 허점을 악용해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혼잡 경비는 자치경찰위의 사무”라며 “자치경찰위가 인파 관리 대책을 세웠고 서울청에 지시 가능했는지 법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인파 관리 대책의 총책임을 사실상 경찰청장이 아닌 서울 자치경찰위로 넘긴 것이다. 자치경찰위는 경찰 사무 중 생활 안전, 교통, 경비 분야의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2021년 6월 처음 설치됐다. 위원장을 포함한 두 명의 상임위원과 나머지 5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일각에서는 특수본의 책임 떠넘기기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자치경찰제의 허점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참사 발생 이후 경찰청장 주재로 대혁신태스크포스(TF)를 꾸려 참사 대응에 경찰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사실상 시인했다. 긴급 상황 시 문자 보고가 아닌 유선 보고를 원칙으로 할 것, 상황관리관을 당직제가 아닌 전담제로 운영할 것, 인파 관리 매뉴얼 정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은 참사 당일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하면서 상황실이 아닌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는데 이것 역시 서울청의 ‘근무 관행’이었던 것으로 내부 감찰 결과 드러났다.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은 “자치경찰위가 서울청 상황관리관이 관행적으로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는 것까지 어떻게 아느냐”면서 “형식적인 측면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자치위의 지휘·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수본이 인파 관리 총책임과 관련해 경찰청 외부로 선을 그은 이상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끌어들일 것인가, 자치경찰위에 그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전자는 제 식구 감싸기, 후자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위기 시에 급하게 취해야 될 행위는 국가 경찰에 위임돼 있어 자치경찰위는 사실상 수족이 없고 지구대·파출소 지휘 권한도 국가 경찰 관할”이라며 자치경찰위의 지휘 권한이 모호하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지역 내 다중 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 사무로 지휘·감독 권한은 자치경찰위에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상급자로 갈수록 권한의 다발이 넓고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휘 규정이 추상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며 “특수본이 당연한 법 논리를 이용해 말장난을 치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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