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미향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함께 기소된 정의연 이사이자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이사 김 모 씨에게는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의원에게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장기간에 걸친 범죄 행위의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죄질이 무겁고, 단체 최고 책임자이자 실무 책임자로서 범행을 주도했음에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오랜 세월 고통받아온 할머니들을 위해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금한 자금을 자신의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정대협의 자금을 마치 개인 사업가처럼 사용하는 과정에서 횡령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의 업무상횡령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기부금 사용 과정에서 사익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며 반박했다. 윤 의원은 “2년간의 재판을 통해 행정과 회계상 미숙함이 있었음을 뼈저리게 확인했다”며 “그 책임이 있다면 모두 대표인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익을 추구할 의도를 갖고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며 “저와 제 동료가 다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평화의 날갯짓을 힘껏 펼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두 사람은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2015∼2019년 단체 계좌로 총 41억 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하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나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명목으로 1억 7000만 원의 기부금품을 개인 계좌로 모금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등으로 2020년 9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1∼2020년 개인 계좌로 모금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장례비, 정대협 법인 계좌와 위안부 쉼터 운영비용 보관계좌 등에서 이체한 자금 등 모두 1억여 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고 업무상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윤 의원과 김 씨는 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로 신청·등록해 2013∼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3억여 원을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보조금법 위반)도 받는다. 중증 치매를 진단받은 고(故)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여성인권상 상금 1억 원 중 5000만 원을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게 한 혐의(준사기), 위안부 피해자 경기 안성쉼터를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한 혐의(업무상배임)도 받는다.
정의연·정대협의 부실 회계 의혹은 2020년 5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대구 기자회견 이후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제기됐다.
윤 의원과 김 씨에 대한 선고기일은 다음 달 10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