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과 함께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겨울철 수족냉증 환자들의 고통은 배가 된다. 가뜩이나 차가운 손발이 추위로 인해 무감각해지고 저림, 통증 증상까지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온이 낮을 때 손발이 차가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과도하게 손발이 차고 시리다면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체질적 문제가 아니라 말초혈관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말초혈관 순환장애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살펴봤다.
손발 시림 증상을 유발하는 말초혈액순환장애로는 대표적으로 레이노증후군(raynaud's phonomenon)을 들 수 있다. 레이노증후군은 추위나 심리적 변화로 인해 손가락이나 발가락 혈관에 허혈 박작이 생기고 피부 색조가 변화는 질환이다. 교감신경의 과도한 반응으로 손가락 또는 발가락의 말초혈관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의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레이노증후군은 통상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방병률이 2배 가량 높다. 여성이 남성보다 혈관이 더 가늘기도 하지만 초경, 임신, 출산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 설거지 등으로 찬물에 많이 노출됐던 과거력, 자궁이나 난소 등 내부장기에 혈액이 몰리는 특성 등이 레이노증후군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따뜻한 피가 손 끝, 발 끝으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손이 차고 시린 증상이 생기고 손가락의 색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이 수축해 손 또는 발 끝이 하얗게 변했다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산소가 부족해 청색증이 나타나며 파란색이 되고, 다시 혈관이 이완되며 피가 전달되면 붉어지게 된다. 손발 끝에 산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심하면 저림증상과 가려움증·통증을 동반할 뿐 아니라 피부의 괴사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과거 그룹 쥬얼리 멤버로 활동했던 방송인 조민아는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레이노증후군 투병 사실을 밝히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조민아는 "손가락과 발가락 혈관의 이상으로 순환이 잘 안되고 면역력이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레이노증후군의 유병률은 약 10% 정도라고 알려졌다. 레이노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 일정 시간 찬 물에 손을 담갔다가 말초의 혈류 속도와 온도가 몇 분 안에 돌아오는지를 확인하는 혈관기능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찬 물에 손을 담갔다가 동위원소 약물을 주사한 다음 증상 부위 변화를 관찰하는 핵의학검사를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레이노증후군 환자는 평소 체온관리가 중요하다. 가능한 차가운 공기 또는 찬 물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양말이나 실내화, 장갑 등을 착용해 손발을 보호하는 것도 좋다. 대부분의 환자는 통증이 가벼워 약물치료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만약 약물로도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교감신경차단술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흡연자라면 말초혈관의 수축을 막기 위해 금연이 필수다.
말초혈관의 순환을 방해하는 또다른 요인으로는 동맥경화증이 있다. 심장에서 피를 보내주는 길인 동맥의 어느 한 곳이 막히게 되면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면서 손 또는 발이 차가운 증상을 느끼게 된다. 동맥경화증 환자는 흔히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동반한다. 손보다는 발 쪽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으로, 한 쪽 발에만 차가운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동맥경화증 초기에는 발에 시림 증상과 함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종아리 통증이 주증상으로 나타난다.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발가락의 검은색 변화와 통증이 동반되고, 진단과 치료의 시기가 늦어질수록 손 또는 발 끝의 괴사가 진행된다. 방치할 경우 괴사가 점차 진행되어 패혈증에 빠지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끝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동맥경화증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 혈압과 위팔 혈압의 비율을 측정한다. 이렇게 측정한 발목상완지수(ABI) 값이 0.9 이하일 때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혈관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말초동맥경화증으로 진단이 되면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철삿줄에 달린 기구들을 혈관에 넣어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부터 피부를 절개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피를 말초로 보내주는 우회로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들이 있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 적절한 시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며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