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여당 내에서 고립되는 모양새다. 친윤계는 사실상 ‘김기현 의원으로 교통정리를 해달라’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했고,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국민의힘의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도 출마 만류에 나서며 나 부위원장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오 고문은 전일 라디오(CBS) 인터뷰에서 나 부위원장에 대해 “공직자가 공직에 충실해야지, 맨날 당 행사에 가서 마이크나 잡고 그러면 임명권자(대통령)를 욕보이는 것”이라며 표심을 잡기 위한 나 부위원장의 전국 순회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고문은 6일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과 관련해 “정부랑 협의도 안 하고 불쑥 애 셋 이상 낳으면 어떻게 한다고, 그러니까 대통령실이 황당해 그 이야기를 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실이 일거에 ‘당신은 안 된다’고 잘라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 부위원장에게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통령실의 경고를 새겨 들어야지 그렇지 않고 두 자리를 놓고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도 손절 절차에 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 자리에만 충실할 것을 권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5일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 발언을 공개 반박했다. 안 수석비서관은 “정부 정책과 무관하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해명이라고 설명했지만,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면박을 준 것을 두고 ‘나 부위원장이 윤심에 없는 당권주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국민의힘 주류 세력인 친윤계도 나 부위원장에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라디오(SBS)에 출연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한 지 3개월 만에 사퇴를 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며 “정치는 진중하고 길게 보는 게 맞다. 인구 문제에 집중해 결과물을 내 윤석열 정부 성공에 큰 공헌을 했으면 한다”고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나 부위원장은 6일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고 전당대회 출마 쪽에 무게를 실었지만, 해당 발언 이후 불출마 종용 메시지가 쏟아지면서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여권의 견제에 당권 행보에 먹구름이 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나 부위원장이 연초 각종 ‘차기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내달리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과 소통을 거쳐 당권 도전 행보를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