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에도 불구 국내 라면 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미 서민들의 주식이 된 라면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요리'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그러나 높은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주요 먹거리 가격이 인상된 탓에 프리미엄 라면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경우 프리미엄 설비를 앞다퉈 증설한 기업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최근 출시한 건면 컵라면 '쿠티크 에센셜짜장' 가격은 편의점 기준 개당 2800원이다. 이는 삼양식품이 보유한 라면 라인업 중 초고가에 속한다. 앞서 삼양식품은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하고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면을 스팀으로 쪄서 고온으로 말리는 다른 건면과 달리, 물에 삶아 장시간 저온 건조시켜 맛을 차별화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새로운 건면 제조방식을 통해 프리미엄 건면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쿠티크 라면을 내놓으며 지난달부터 주요 편의점에서 '2+1' 행사에 돌입했다. 일부 가맹점주에게는 개당 700~800원 가량의 발주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발주장려금은 제조업체가 편의점에 내는 일종의 입점비다. 만약 편의점이 쿠티크 라면 1개를 팔면, 수익과 상관없이 800원을 주겠다는 의미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일반 라면보다 장려금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며 "고가의 라면인 만큼 초반 판매량을 늘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을 연 건 하림이다. 하림은 2021년 말 '더(The)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했다. 편의점 기준 가격은 봉지면 2200원, 컵라면 2800원 수준이다. 하림은 지난해 라면 시장에 연간 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지만, 목표치에 못미치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여전히 장인라면 1+1 행사를 진행 중이다.
식품 업계는 라면이 저가 먹거리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데다, 고물가에 조명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편의점 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체 라면 중 판매가가 2000원 이상인 제품 비중인 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저가 라면 판매량은 늘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봉지당 550원인 '민생라면'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했다. 이마트24가 2018년 출시한 민생라면은 4년 연속 라면 판매량 톱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의 중심에는 건면이 있다. 칼로리가 높다는 인식을 벗어나 건강한 라면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농심을 비롯한 풀무원과 삼양식품 등이 공장에 건면 생산라인을 추가로 만들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건면 시장규모는 1500억 원 수준으로, 아직 전체 라면 시장의 10%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라면이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 경우 건면 공장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신상 라면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