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우울증 때문에 찾았던 ‘이 약’ 임신부가 먹었다간 [헬시타임]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연구팀
한국마더세이프 임신부 데이터 분석
알프라졸람, 유산 위험 높여…"복용 시 주의"

향정신성의약품인 '알프라졸람'이 임신부에게 자연유산과 저체중아 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투데이


우울증이나 불안, 공황장애 뿐 아니라 불면증 치료 용도로도 쓰이는


향정신성약물 ‘알프라졸람’을 임신부가 복용할 경우 자연유산과 저체중아 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정열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 연구팀은 2000~2019년 한국마더세이프(임신약물정보센터)에 등록된 데이터를 이용해 임신 중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96명)과 미복용 그룹(629명)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일산백병원


분석 결과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의 자연유산 비율은 14.6%(14명)로 미복용 그룹(6.0%)보다 8.6%포인트 더 높았다. 저체중아 출산 비율도 7.5%로, 미복용 그룹(2.1%)보다 5.4%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임신 37주 이전에 분만하는 조산율도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이 8.5%로, 미복용 그룹(3.8%)과 4.7%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이를 위험도로 환산하면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이 미복용 그룹에 비해 자연유산 위험성은 2.38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은 3.65배, 조산 위험은 2.27배 증가한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알프라졸람 복용 여부에 따른 자연유산, 저체중아, 조산 출산 비율. 사진 제공=일산백병원


임신기간 중 알프라졸람 복용은 신생아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알프라졸람 복용 그룹의 출생 후 1분 아프가 점수(APGAR score)가 7점 이하일 위험은 미복용 그룹보다 2.19배 높았다. 아프가 점수는 출생 직후 신생아 상태(심박동·호흡능력·반사능력·근육긴장·피부색)를 점수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보통 신생아들의 생후 1분 아프가 점수는 8~10점으로, 6점 이하면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선천성 기형 위험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앞서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14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알프라졸람 등 벤조디아제핀계열 약물은 복용한 여성은 미복용한 경우보다 △자연유산 위험이 1.86배 △조산 위험이 1.96배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2.24배 △신생아집중치료실 입원 위험이 2.6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프라졸람은 디아제팜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진정제 약물이다. 태아세포에 축적되어 스테로이드 합성을 일으키기도 하고 산화성 물질 억제에 중요한 글루타치온(glutathione)을 떨어뜨려 조직의 산화성 손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불안·우울증·공황장애 등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감기 등 호흡기질환이나 불면증·편두통·비만 환자도 처방받고 있어 가임기 여성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알프라졸람 복용 원인을 분석한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이 20.8%(20명)도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우울증 16.7%(16명) △호흡기질환 12.5%(12명) △공황장애 11.5%(11명) △편두통을 포함한 기타 신경병증 11.5%(11명) △비만 9.4%(9명) △불안 7.3%(7명) △불면증 7.3%(7명) 순으로 나타났다.



임신부의 알프라졸람 복용 원인. 사진 제공=일산백병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임신 중 금기약품 1078개 중 임신 중 절대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 131개를 1급으로 분류한다. 알프라졸람과 같은 벤조디아제핀 계열 등 나머지는 2급이다.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나 처방자의 판단에 따라 복용이 가능하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알프라졸람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불면증, 호흡기질환, 비만 치료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며 “임신부가 약 처방을 받을 때는 반드시 의료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알프라졸람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임신 전부터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가져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조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파마콜로지(Frontiers in Pharma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