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진 팬데믹에 건강을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그대로 전해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손목 위를 벗어난 여러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기발한 신기술 등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디지털헬스 관련 기업들이 밀집한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에는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신박한 제품들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캐나다 기반의 헬스테크 기업 ‘뉴럴로직스’는 현장에 온 사람들에게 30초 동안 ‘셀카’를 찍게 한 뒤 건강 상태 결과를 제공했다. 30초 동안 얼굴 사진을 찍기만 하면 심박수·호흡·혈압은 물론 고중성지방혈증·과콜레스테롤혈증 등 이름마저 낯선 질환의 발병 가능성까지 알려준다. 이 솔루션은 초당 30장의 사진을 찍어 얼굴 피부의 미세한 색 변화를 감지한다. 이를 빅데이터 통계를 기반으로 분석해 특정 질병 가능성을 판단한다.
소변을 분석해 건강 상태를 추적하는 프랑스 기업 ‘위딩스’의 서비스도 이목을 끌었다. 이 회사는 스마트 체중계·시계로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소변 분석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헬스 서비스를 앞세웠다. 센서는 소변을 감지해 성분을 분석하고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소변의 산성도, 비타민C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앱을 통해 일일 수분과 영양분을 최적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맞춤 운동법, 식단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날 전시관에서 만난 바스티앵 르장틸 위딩스 고객담당 매니저는 “유스캔을 사용하면 매일 아침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와 궁합이 좋은 웨어러블 기기는 그간 워치류가 주를 이뤘지만 이번 행사에는 손목 외 신체 다른 부위와 연결되는 신제품들이 이목을 끌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의 불편한 사용성을 개선한 반지 형태의 디바이스를 선보인 ‘모바노’의 기술에 많은 참관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 링은 외형상 일반 반지와 차이가 없지만 여타 웨어러블 기기처럼 심박·호흡 수, 피부 온도, 수면 추적 등 기능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 기기는 배란 추적, 월경 증상 추적 등 기능을 강화해 여성들을 주 타깃층으로 삼는다.
피트니스 목적의 웨어러블 기기가 대세지만 업무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거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목적의 기기들도 전시장 한켠을 메웠다. 일본 스타트업 ‘아르쉘리스’는 오랜 시간 서서 수술하거나 업무를 봐야 하는 의사·작업자들을 위한 웨어러블 슈트를 선보였다. 독일 기업 ‘독일바이오닉’이 들고나온 ‘크레이엑스(Cray X)’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 장치는 물건 등을 들어올릴 때 최대 30㎏의 지지력을 제공해 물류 산업이나 건설 산업 등에서 작업자들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보쉬의 부스가 돋보였다. 이 회사는 자동차·가전·로봇 등 다양한 산업군에 파트너들을 두고 있지만 이번 보쉬 부스 중 돋보인 것은 단연 피트니스 영역이었다. 보쉬는 이번 행사 키노트에서도 선보인 최신 센서를 활용해 피트니스 솔루션을 고도화한 ‘모투시(MOTUSI)’에 부스를 할애했다. 모투시는 상하의 각 5개의 보쉬 센서를 단 옷을 입고 움직이면 운동 자세의 불균형 등 문제점을 찾아 앱에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자세 교정, 통증 예방 등을 가능하게 하는 솔루션을 라이브 쇼를 통해 소개했다.
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다쏘시스템도 올해는 헬스케어 분야에 힘을 줬다. 다쏘시스템은 3D 설계와 시뮬레이션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버추얼 트윈’ 기술을 통해 참관객들이 자신의 뇌와 심장을 3D로 살펴볼 수 있는 체험관을 설치했다. 신체를 촬영한 뒤 몇 가지 동작을 구현하면 이에 따른 심장과 뇌의 반응이 증강현실을 통해 곧바로 나타났다. 다쏘시스템 관계자는 “버추얼 트윈 기술을 활용한 의료 분야 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심장질환·뇌종양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