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의 경제 상황을 두고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다”고 8일 진단했다. 금리 인상이 몰고 온 위기가 실물경제로 점차 번지면서 하방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봤다.
KDI는 이날 발간한 ‘1월 경제동향’에서 “투자는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대외 수요 부진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2월 KDI는 “향후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달 부쩍 더 어두워진 평가를 내놓았다. 우리 경제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KDI는 경기 둔화의 원인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품목의 수출 부진을 꼽았다. 반도체 수출 추이를 보면 지난해 10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4% 줄었는데 12월 들어서는 29.1%로 감소 폭이 배 가까이 커졌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급감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중(對中) 수출은 12월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수출이 줄면서 제조업 등 주요 업종의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73.1%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재고율은 한 달 새 5%포인트 가까이 치솟은 127.6%를 기록했다. 그나마 경기를 받쳐주던 소비도 전만 못하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2.2% 감소했다. 천소라 KDI 전망총괄은 “반도체 위주의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경기가 내려오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어 둔화 진단을 내렸다”며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서비스업 경기도 전반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의 여파가 실물경제에 퍼져 경기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KDI는 “대내외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 향후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월 기준 71을 기록했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에 대한 긍정 응답이 부정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