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이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 현장을 찾아 그룹의 친환경 경영 비전에 힘을 실었다. 최 회장은 “탄소 감축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으며 SK가 기후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에서 전날 개막한 CES 2023의 SK 통합전시관을 찾았다. 당초 최 회장은 CES 개막 날인 5일 전시관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수행비서의 코로나 확진으로 당일 급하게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자 다음날 전시관을 방문하기로 다시 결정을 바꿨다. 이날 오후 SK 전시관에 나타난 최 회장은 10분가량 부스를 꼼꼼하게 둘러봤다. SK 계열사들의 탄소 감축 기술 개발 현황에 대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 글래스를 직접 써보며 관계자에게 “얼마나 팔렸냐”고 질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
부스 투어를 마친 최 회장은 SK㈜가 야외 전시장에 마련한 지속 가능 식품 푸드트럭으로 향했다. 최 회장은 대체유 단백질로 만든 크림치즈와 아이스크림을 먹더니 “맛있다”며 “우리나라에는 수입 안 하나”라고 질문했다. 관계자가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릴 것이라고 답하자 “그렇게 오래 걸리나. 법 완비가 안 됐구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뒤 전시장을 떠났다.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최 회장은 CES에 처음 참가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듣던 대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며 “여러 회사들의 다양한 기술과 콘셉트를 직접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가 지난해에 이어 탄소 감축을 주제로 전시관을 구성한 것에 대해서는 “탄소를 기술적으로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상당히 고민을 계속 하고 있는 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고민을 잘 풀어갈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전시를 잘해준 것에 대해 상당히 기쁘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SK그룹은 지난해 CES에서 203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인 2억 톤을 줄이겠다고 공표하며 탄소 감축 여정에 함께하자는 의미로 ‘동행’을 전시관 주제로 삼았다. 올해 CES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 감축을 위한 실천에 함께 나서자는 뜻에서 ‘행동’을 키워드로 정했다. SK그룹이 CES에서 연이어 탄소 감축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최 회장은 부정적인 경기 전망에 대해 “상태에 따라 시나리오를 짜 여러 가지 태세를 잘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경기 변동에 상관없이 예정된 미래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준비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이는 등 글로벌 경제 복합 위기에 따른 경영 활동의 차질이 생기자 시장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