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원회 부위원장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의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 구상을 공개 반박했음에도 나 부위원장이 주장을 굽히지 않자 대통령실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9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국가적 중대사인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 십 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나 부위원장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 더구나 저출산위는 한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저출산위 차원에서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나 부위원장은 5일 새해 간담회에서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게 하겠다”며 “신혼부부에게 결혼자금을 대출해주고 출산 시 이자와 원금을 덜어주는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과감하게 출산과 연계해 (대출)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해주는 제도를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나 부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복지 기조와 정반대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6일 직접 언론 브리핑을 열고 나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는데도 나 부위원장이 페이스북에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서관급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금융에서 원금을 탕감해주는 건 파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현 정부는 현금 복지보다는 서비스 복지를 하겠다고 했는데, (나 부위원장의 주장은)사실상 현금을 주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일련의 갈등이 나 부위원장의 해촉까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인사권자가 결정할 문제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