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연이은 한파와 폭설로 인해 손해보험사들의 긴급출동서비스 건수가 전년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긴급출동서비스 건수만큼 빙판길 사고 등도 증가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예상보다도 더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빅4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12월 평균 긴급출동서비스 건수는 6만 5908건을 기록했다. 2021년 12월 평균 긴급출동서비스 건수가 5만 492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만 건(20%)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긴급출동서비스는 긴급 견인(구난), 타이어 교체 및 수리, 배터리 충천, 잠금장치 해제, 비상 급유 등이 필요할 경우 진행된다. 겨울철에는 특히 배터리 충전으로 인한 긴급출동 건수가 높은데 지난해에는 영하권의 강추위가 있었던 날과 폭설이 내린 날이 많았던 만큼 배터리 방전으로 인한 긴급출동이 4만 1982건에 달하는 등 더욱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까지 4대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누적 손해율은 79~80%대로 집계됐다. 보험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 이하인 경우 적정 수준으로 본다. 11월까지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인 수준이었다. 손해율 안정에 고물가에 따른 고객의 경제적 고통 분담에 동참하라는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손보사들은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 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료를 2.0~2.5%가량 인하했으며 삼성화재·DB손해보험도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2%대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하된 보험료 적용 시기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2월 말 이후 책임개시 계약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12월 손해율이다. 일반적으로 12월에 1년간 자동차 수리가 집중되는 등 손해율이 크게 오르는데다 지난해 겨울 늘어난 긴급출동서비스만큼 한파·폭설로 인한 사고가 늘어 손해율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겨울은 기본적으로 빙판길 사고 등 계절적 요인이 있는데다 코로나19가 심했던 전년보다 차량 이동도 많았던 만큼 손해율이 더욱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6일 보고서에서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지난해 4분기 손해율이 3분기 대비 5.2%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12월 누적 손해율이 업계 평균 90%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정비 수가도 변수로 남아 있다. 손보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파행되면서 정비수가 결정이 미뤄졌고 이후 협의 일정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말 자동차 정비 업계, 보험 업계, 공익대표가 참여해 세 가지 안을 두고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투표 진행 과정에서 정비 업계 일부 위원이 나가면서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다. 1안은 정비 업계가 제시한 2023년 3월 연구 결과 즉시 적용, 2차 표결안은 국토부가 최초로 제시한 2.5% 인상안, 3차는 공익위원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2% 인상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