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인도) 등에 확실히 올라탄 것일까.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최근 3년 새 빠르게 늘고 있다. 대인도 무역흑자는 코로나19로 인도 경제성장률이 6.6% 하락한 2020년 70억 3000만 달러 수준에서 이듬해 75억 4000만 달러, 지난해는 100억 달러 수준까지 껑충 뛰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에 발맞춰 인도 공략을 강화한다면 흑자 규모를 추가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국간의 군사 동맹체인 ‘쿼드’, 미국·한국·일본·대만 등 4자 간의 반도체 연합체인 ‘칩4(팹4)’ 구성 등으로 중국에서 발을 빼려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인도와의 정상회담 직후 향후 5년간 5조 엔(약 48조 원)을 인도 현지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국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경제 부처 관료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중국에 추가 투자를 꺼리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를 인도나 한국 등 중국 주변국 중심으로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한 관료는 “각국 정부의 탈중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추진 등으로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인도로의 생산 기지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인도가 향후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또한 온라인 커머스 등 인도 내수 시장 공략은 물론 통신과 소프트웨어 등 첨단 시장까지 공략 분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도 경제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6.6%(세계은행 기준)에 이른다. 2021년 8.7%, 지난해 6.8%(IMF 기준)에 이어 3년째 내리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셈이다. 당연히 바잉파워도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에 인도가 매력적인 이유다. 이에 삼성전자는 5000만 대 수준인 인도 법인 스마트폰 생산량을 수년 내에 1억 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톱3’에 오른 현대차도 2030년까지 총 17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인도는 자국 내에서 주요 제품 생산 기지를 갖추도록 하는 ‘메이크인 인디아’ 정책을 표방하고 있어 반도체나 배터리 등 주요 설비의 인도 이전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해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에 현지 공장 건설과 관련한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재 분야 기업들도 거대 시장으로서 인도를 주시하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인도 정부가 2차 산업 분야의 낮은 경쟁력을 애써 끌어올리기 보다는 정보기술(IT)이나 전기차와 같은 첨단 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이 같은 인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투자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반대급부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인도가 바이오나 IT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산업무역진흥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인도 내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가장 많이 단행된 분야는 서비스 분야로 924억 달러에 달했다. 이어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813억 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기업들의 인도 내 투자 경향에 대해 인도의 산업구조 및 인도 정부의 산업 정책 방향과 연관 짓는다. 경제 부처의 한 관계자는 “인도가 미중 갈등의 최대 수혜국이 되면서 바잉파워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며 “다만 인도 입장에서는 무역적자가 확대될수록 불만도 커질 수 있어 이를 적절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인도의 자원을 활용한 공급망 확대, 바이오·소프트웨어 등 신산업 분야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인도는 바이오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1위 백신제조 업체는 인도의 ‘세럼인스티튜트(Serum Institute)’로 이 회사는 2021년에만 19억 도즈(1회 접종분)의 백신을 생산해 170여 개 국가에 공급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개발자 수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인적 자원 경쟁력이 높다. 인도는 또 11억 명이 넘는 무선 가입자를 보유한 세계 2위의 통신 대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