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주택연금(역모기지)’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계산한다.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려든 것이다.
9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23조 2708억 원(1만 3613건)의 주택연금이 공급됐다. 이는 전년 동기 13조 2076억 원(9541건) 대비 무려 76.2%나 늘었다. 2007년 주택연금 출시 이래 연간 기준 사상 최대액이다.
지난해 3월 이후 매달 2조 원 안팎의 주택연금 가입 신청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며 단숨에 20조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기세라면 지난해 말 결산 기준 25조 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지역별 증가율은 지난해 집값 하락이 가팔랐던 인천이 191.0%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대전(153.1%), 광주(126.2%), 세종(123.1%), 충남(121.2%) 순이다. 다만 서울(47.1%)과 영남권(부산 63.8%, 대구 47.7%, 울산 23.5%)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주택연금은 어르신(부부 중 연장자가 만 55세 이상)이 집(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을 담보로 맡기고 현재 집에 살면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연금을 받는 제도다. 시니어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돕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주택연금의 월 수령액은 집값, 연령(가입자 및 평균), 금리 등 크게 세 가지 변수가 결정한다. 집값이 내려가거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거나, 금리가 올라가면 수령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자가 급증한 것은 집값이 추가 하락하고 금리가 더 상승하기 전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게 이득이라고 판단한 중장년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금공이 지속적으로 가입 절차를 간편화하고 가입 조건을 완화한 것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주금공은 지난해 2월 신규 신청자부터 월 지급금을 평균 0.7% 증액한 데 이어 9월 우대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을 ‘시가 1억 5000만 원 미만’에서 ‘시가 2억 원 미만’으로 바꾸기도 했다. 우대형은 기본형보다 월 지급금을 최대 21% 얹어준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주택연금 가입 후 3년 이내 해지하면 초기보증료 일부를 환급해주기로 해 초기보증료 부담으로 가입을 망설였던 고객의 환심을 사고 있다. 당정은 주택연금의 가입 가능 주택 가격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올해 추가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