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배당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발생하는 4월이 아닌 달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대외 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0일 ‘2022년 11월 국제수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6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 대비 74억 4000만 달러 줄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지난해 8월(-30억 5000만 달러) 이후 3개월 만이다. 특히 11월에 적자가 난 것은 2001년 11월(-1억 2000만 달러)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11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43억 7000만 달러로 2021년 1~11월(822억 4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7~11월)만 봤을 때는 4억 2000만 달러 적자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250억 달러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해 12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11월보다 축소된 점을 봤을 때 연간 경상수지는 전망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를 낸 것은 상품수지가 15억 7000만 달러 적자를 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수출은 꺾이는데 에너지 수입은 늘면서 상품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이 523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2.3%(73억 1000만 달러) 급감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2020년 5월(-28.7%)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 감소율이다. 승용차(32.0%) 등 일부 품목의 수출이 늘었지만 반도체(-28.6%), 화공품(-16.0%), 철강제품(-11.3%) 수출이 대부분 꺾인 영향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 수출이 25.5% 줄었고 동남아(-20.7%)와 일본(-17.8%)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수입은 538억 8000만 달러로 0.6%(3억 2000만 달러) 늘었다. 가스(44.8%), 석탄(9.1%), 원유(21.8%)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수지는 3억 4000만 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 대비 적자 폭이 7000만 달러 확대됐다. 여행수지 적자가 7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5억 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가운데 운송수지 흑자도 4억 8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17억 2000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14억 3000만 달러로 배당 지급이 줄어들면서 흑자 폭이 2억 6000만 달러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