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10% 금리에 할부도 거절…신차도 중고차도 안팔린다

■심층분석-고금리 직격탄 맞은 車업계
카드사 車할부금리 최대 5배 상승
잇단 철회에 출고대기 덩달아 단축
국산차 인기 모델도 최대 1년 줄어
대형 렌터카업체 신차 도입 최소화
지난달 중고차 거래 30만대 무너져

최근 수입차 영업 현장에서 구매 계약서를 작성한 고객에게 차량을 판매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 금융을 축소함에 따라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는 올해 신차 도입을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수익성이 우려될 정도로 할부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다. 이 회사는 신차를 매년 4만 대씩 구매해온 법인차 시장의 ‘큰손’이다.


10일 차 업계와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우리·신한·롯데·하나·삼성 등 주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는 7.8~11.1%(제네시스 G80, 현금 구매 비율 20%·할부 기간 36개월 기준)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연 2~3%대에 머물렀지만 반년 만에 금리가 두 배 이상 뛰었다.


할부 금리 부담이 높아지자 수입차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만큼 할부 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최근 들어 수입차 영업 현장에서는 구매 계약 절차를 진행하는 와중에 고객의 대출이 카드사에서 거절되며 차를 판매하지 못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고객들은 카드사와 캐피털사를 이용해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계약서를 작성한 뒤 판매하려 해도 고객의 대출 심사가 부결되며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차 시장에서도 구매 계약을 철회하는 고객이 늘어나며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급격히 단축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제네시스 GV80을 계약하면 30개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달 계약자는 18개월만 기다려도 차를 받을 수 있다. 한 달 만에 대기 기간이 1년 가까이 단축된 것이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6도 18개월에서 16개월로 대기 기간이 줄었고 기아(000270) 쏘렌토는 10개월에서 5개월로 절반이 단축됐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부쩍 늘어나 영업사원들의 불안감도 상당한 상태”라고 밝혔다.


개인 고객뿐 아니라 자금력을 보유한 대형 법인 고객마저 자동차 구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매년 수만 대의 신차를 구매하던 대형 렌터카 업계는 올해 들어 필수적인 물량을 제외하고 신차 도입을 최소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고차 시장은 이미 침체가 본격화했다. 거래량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중고차는 28만 5976대로 1년 전(33만 4054대)보다 15% 급감했다. 지난해 월 거래량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상반기만 해도 월 중고차 거래량은 30만 대 선을 꾸준히 유지했다.


시세도 떨어졌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381970)에 따르면 가성비 좋은 모델로 분류되는 1000만 원대 매물의 시세가 전월 대비 평균 10% 하락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금리가 높아진 점이 중고차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며 “워낙 불확실성이 높아 올해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중고차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주요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 침체가 나타나고 있어 올해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녹록지 않은 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판매 실적보다 9.8% 많은 752만 1000대를 올해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중산층 소비자의 구매력이 급감하면 국내외 생산이 동시에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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