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 "올해 바이오 M&A 본격화"…자금난 K바이오에 기회될 듯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경기 침체 여전…빅파마 M&A 좋은 기회"
모더나·노바티스·BMS, M&A 적극 고려 中
빅파마 투자는 K바이오에게 자금조달 기회

사진 설명


글로벌 빅파마들이 올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 시장 냉각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중심 경영을 해오면서 ‘실탄’을 쌓은 만큼 올해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는 자금 경색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자금줄이 말라있는 상황이어서 바이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M&A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린 K바이오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M&A·기술도입 등에서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가이토 JP모건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총괄은 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트인 샌프란시스코 호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올해는 금융 환경이 악화하고 경기 전망도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들에게는 오히려 M&A를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혁신적인 신약에 대한 수요가 커진 만큼 기업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현금 보유 규모 기준 상위 16개 다국적 제약사의 현금성 자산 합계액은 2000억 달러가 넘었다. 이 기업들이 지난해 M&A, 기술도입, 연구개발(R&D) 등을 줄이며 현금 위주 경영을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현금 보유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날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인 세션 연사로 나선 노바티스·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영진들도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올해 M&A를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바스 나라심한 노바티스 최고경영책임자는 “사업 전략과 방향에 부합하는지 등을 고려하며 M&A 기회를 보고 있다”며 “4조~6조 원 사이의 거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이미 8000명 가량을 구조조정했고, 제네릭 개발사 산도스를 분사하며 현금을 모았다. 지난해 6월 기준 약 34조 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올해 심혈관 질환·면역·신경·고형암·혈액 총 5개 치료 영역에 집중해 4%대 성장을 달성 목표로 제시했다.


크리스 보너 BMS 상업화 총괄도 연사로 나서 “2030년 BMS 수익의 절반 가량은 M&A의 결과로부터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며 "M&A 등 사업 개발을 투자의 최우선 순위(Top Priority)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포트폴리오를 보다 다양화하는 것이 M&A의 방향”이라고 전했다. BMS는 2019년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 기업 셀진을 740억 달러(92조 원)에 인수했고, 지난해에도 폐암치료제를 개발하는 터닝포인트를 41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이어가고 있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는 "올해 180억 달러(약 22조원)가 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는 등 위대한 원년을 맞이한다"며 "mRNA 플랫폼 확대를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M&A 등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 기회를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제품이 48개로, 2018년 21개, 2020년 25개에서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모더나는 최근 8500만 달러(약 1056억 원)를 들여 일본의 DNA 합성 기술 개발 기업 오리시로를 인수해 관심을 끌었다. 회사 측은 DNA 합성 기술을 활용해 mRNA 의약품 제조시간을 30% 이상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물가 상승·고환율 등 대내외 경제 환경 악화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업계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약·바이오 분야 M&A 시장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 M&A 뿐만 아니라 올해는 기술 도입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 답게 초청받은 전 세계 550여 제약·바이오 기업과 8000여명이 참가했다. 공식 초청받은 기업 외에도 수많은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공식 행사장 인근에서 개별 미팅을 진행하며 투자 기회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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