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하던 애플 VR(가상현실) 기기가 올 상반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이르면 올해 1분기나 2분기 내 공개돼 가을부터 실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메타버스 붐이 꺼지며 VR기기 판매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애플표 VR기기’가 시장에 반전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어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블룸버그의 마크 거만(Mark Gurman)은 최근 팟캐스트에서 애플 VR기기가 올해 WWDC(애플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 앞서 공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WWDC는 일반적으로 6월 초에 열린다. 이는 곧 2분기 내 애플 VR기기가 등장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미 애플이 고급 개발자들에게 소수의 테스트 기기를 제공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애플 VR 기기의 명칭은 ‘리얼리티 프로’가 될 전망이다. 기기에 쓰이는 전용 운영체제(OS)는 ‘xrOS’로 불리고 있다. VR·AR(증강현실)·MR(혼합현실)을 망라하는 ‘XR(확장현실)’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애플 VR 기기 출시설은 지난해 본격화됐다. 당초 업계는 지난해 말 애플 VR 기기 출시를 전망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과 완성도 문제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외에도 대만의 애플 전문가 궈밍치 홍콩 TF 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에 애플 VR 기기가 빠르면 2분기 말, 늦어도 3분기 초에 출하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궈 애널리스트는 당초 애플 VR 기기 출하가 2분기 초로 예정돼 있었지만 개발 일정 지연으로 1분기 가량 출시 연기를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소식통이 상반기 내 애플 VR 기기 공개를 전망하며, 늦어도 올 가을에는 애플표 VR 기기를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이는 VR 기기 시장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메타버스 붐이 한 풀 꺾이며 VR 기기 판매량도 감소 추세다. 최근 시장분석기관 CCS 인사이트는 지난해 글로벌 VR 헤드셋 출하량이 960만 대로 2021년보다 12%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에 올해 전망 또한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다만 CCS 인사이트는 “애플이 VR 시장에 뛰어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VR 기기 시장은 메타(옛 페이스북)의 ‘메타 퀘스트(옛 오큘러스 퀘스트)’ 시리즈가 주도하고 있다. 메타 퀘스트2는 기본형 기준 399달러의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성능으로 VR 표준 기기로 자리매김 중이다. 애플은 순수 VR에 초점을 맞춘 메타 퀘스트와 달리 가상·증강 현실을 혼합한 ‘MR’을 장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격이다. 업계는 애플 VR기기 가격이 2000~3000달러(247만~371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이는 경쟁사 메타의 최고급 기기인 ‘퀘스트 프로’의 1499달러(약 185만 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타 퀘스트 프로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무리 애플 이름값이 높더라도 수백만 원 대의 초고가 기기로는 시장 저변 확대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