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작다. 쫄았나”…檢 소환 이재명, 항의 받자 ‘쉿’

李 대표, 8장 분량 입장문 9분간 낭독
"정치 검찰의 함정…당당히 맞서겠다"
보수·진보 여·야 날카로운 신경전 펼쳐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무리

‘성남 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장에서 집회를 벌이던 보수 성향 단체와 신경전을 벌였다.


10일 오전 10시 20분경 경기 성남에 있는 수원지법 성남지청 앞에 이 대표가 탄 차량이 도착했다. 이 대표가 도착하기 전부터 지지자 약 100명과 반대 측 약 150명은 모여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검찰청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이 만들어 둔 포토라인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의 뒤에는 동행한 민주당 지도부 등 당 소속 의원 20여 명이 섰다. 인파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와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소란이 다소 가라앉자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꺼냈다. 이때 한 참석자가 이 대표를 향해 “목소리가 작다. 쫄았느냐”고 외쳤고, 이 대표는 그 참석자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동작을 취했다.


이날 이 대표는 A4 8장 분량의 원고를 차례로 읽었고 발언은 9분 가까이 이어졌다. 그는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이유는 헌정사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 수년 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사법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환 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무리

이 대표가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갈무리

이날 출석 현장에선 이 대표 지지단체와 보수단체가 맞불집회를 열어 첨예한 대립 전선을 보였다. 지지자들은 ‘표적수사를 중단하라’, ‘이재명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이재명’, ‘김건희를 특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재명은 죄가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반대편에 선 보수단체 지지자들은 ‘피의자 이재명 검찰출석’, ‘대장동 수괴 이재명을 체포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맞대응에 나섰다.


여야 간 날카로운 신경전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윤상현 의원은 이 대표가 출석한 성남지청 현장에서 한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어느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같은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느냐”며 “이런 식의 검찰 출두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다, 정말 괴이하고도 어이없는 풍경”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의 출석에 동행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침통하고 분노스러운 마음으로 함께 지켜보고 배웅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칼날은 이재명 개인이 아닌,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보복 수사”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한 부당한 수사를 온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이 똘똘 뭉쳐 이재명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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