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금리 인상에 車 업계 곡소리…가격 낮춰도 '안팔리네' [뒷북비즈]

할부 금리 인상 여파 완성차 업계 직격타
초저금리 할부, 가격 인하 등 대응책에도
수입차 업계 '대출 거절'로 차 못팔기도

서울 장안평중고차매매단지 전경. 연합뉴스

할부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판매 직격타를 맞았다. 완성차 업계는 차량 가격을 낮추고 초저금리 할부를 적용하는 등 신차 구매 수요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업계 최초로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연동한 할부 프로모션(굿모닝)을 출시했다. 모닝을 할부로 구매할 때 한은 기준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이다. 1월에 모닝을 구매하면 이달 1일 기준금리인 3.25%의 할부 금리를 적용받는다. 고금리 여파로 현재 국내 신차 할부 금리가 7%를 돌파한 것을 고려하면 할부 금리 비용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BMW코리아가 1%대 초저금리 할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신차 구매 고객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로 제공된다. 계약 기간 동안 기준금리가 상승할 경우에도 동일한 이자율이 적용돼 고객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예를 들어 5시리즈 구매자가 초저금리 스마트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디젤 모델인 BMW 523d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모델 530e는 이율 1.9%를, 가솔린 모델인 520i는 2.9%를 적용 받일 수 있다. 프리미엄 SAV 모델 BMW X5 및 SAC 모델 X6는 3~4%대 이율로 구매할 수 있다.


테슬라는 최근 주요 모델 가격을 12%가량 인하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새해 들어 모델3의 판매 가격을 6434만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00만 원 내렸다. 모델Y 롱레인지도 8499만 원으로 1165만 원 인하했다.


이렇게 각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구매 수요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최근 수입차 영업 현장에서는 고금리 여파로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 금융을 축소하면서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국내 한 렌터카 업체는 수익성이 우려될 정도로 할부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 올해 신차 도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최근 우리·신한·롯데·하나·삼성 등 주요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는 7.8~11.1%(제네시스 G80, 현금 구매 비율 20%·할부 기간 36개월 기준)다. 지난해 7월 연 2~3%대에 머물렀던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금리는 반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수입차 업계의 부담이 커졌다.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할부 금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구매 계약 절차를 진행하다가 고객 대출이 카드사에서 거절되면서 차를 판매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산차 시장에서도 구매 계약을 철회하는 고객이 늘면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급격히 단축됐다. 제네시스 GV80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계약 후 30개월을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18개월까지 기간이 단축됐다. 현대차 아이오닉6도 18개월에서 16개월로 대기 기간이 줄었다.


금리 인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고차 시장은 본격적인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중고차는 28만 5976대로 1년 전(33만 4054대)보다 15% 급감했다. 지난해 월 거래량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세 또한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중산층 소비자의 구매력이 급감하면 국내외 생산이 동시에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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