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힘싣는 DB금투…美 대출채권담보부증권에 베팅

재간접 펀드 통해 2000만弗 투자
BB등급 채권 구성…수익 10%대
"결국 경기침체 끝나고 반등" 판단
틈새 고수익 상품으로 손 뻗어


DB금융투자가 새로운 영역의 해외 대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로는 드물게 미국 기업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조성 준비 단계(웨어하우스·warehouse)에 투자했다.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중·저신용등급 기업들의 대출 채권 유동화 상품 수요가 줄며 가격이 싸지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향후 경기가 개선되면 부실 위험도 낮아지는 만큼 틈새 고수익 상품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B금투는 지난달 세계적 규모의 사모펀드(PEF) K사가 운용하는 CLO 웨어하우스에 투자했다. 펀드 규모는 약 5000만 달러(약 620억 원)이며 DB금투는 국내 공제회 한 곳과 국내 운용사의 재간접 펀드를 통해 약 2000만 달러(약 249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 기간은 6개월 정도로 내부수익률(IRR)은 10% 후반이다. 이근우 팀장이 이끄는 DB금투 글로벌금융팀이 투자를 진행했다.


CLO는 신용도가 다양한 기업들의 대출 채권을 묶어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금융 선진국인 미국 등에서는 1980년대부터 운용되는 상품이다.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국내 보험사와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은 적지 않은 자금을 CLO에 투자하고 있다.


CLO 웨어하우스는 CLO를 발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CLO의 기초자산(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일종의 브리지론(단기 대출)과 비슷하다. CLO는 AAA등급 기업의 대출 채권 59~64%, AA등급 9~13%, A등급 5.5~8%, BBB등급 4~6%, BB등급 3.5~5.5%로 구성한다. 투기등급으로 여겨지는 BB등급 기업의 채권도 포함돼 있어 수익률이 IRR 기준 10%대에 달한다. 특히 CLO는 6년 이상 장기 상품이지만 웨어하우스는 1년 이내의 짧은 만기로 운용한 후 투자 회수(엑시트)를 한다.


DB금투는 초기 단계인 CLO 웨어하우스에 투자해 정식으로 CLO가 발행될 때 선순위 및 중순위 투자자 유치까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순위 에쿼티 세일즈도 미리 진행해 위험을 최소화했다. CLO 기본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담보금을 더 넣어야 하는 조건도 없애 급작스러운 유동성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미국 CLO 발행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10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9%가량 줄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수요가 많이 줄어든 탓이다. 수요가 줄면서 자연스레 가격이 낮아졌다. DB금투는 대주단을 통해 조달한 자금 금리 차에서 수익이 날 것으로 판단해 투자에 나섰다. 경기 침체가 끝나고 반등하면 부도율은 더 낮아진다. DB금투 글로벌금융팀의 CLO 투자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에도 투자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도 트랙레코드를 꾸준히 쌓고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더 다양한 대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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