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피벗 없다" 파월 경고에도…美증시 5거래일간 '상승랠리'

[불신 커지는 인플레파이터 연준]
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선 긋지만
나스닥 2.71%·S&P 500 1.72%↑
채권왕 건들락 '연준 공신력' 부정
"유례없는 인플레, 시장 오판" 지적도
다이먼은 "금리 6% 가능성" 전망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릭스방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예고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잇따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며 시장의 기대를 경계하지만 시장은 달리 판단하는 모양새다. 연준이 시장과의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잃어가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은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물가 안정은 건전한 경제의 기반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다란 혜택을 제공한다”면서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를 다시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올리고 경제를 둔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없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당장은 경제에 부담이 되더라도 궁극적으로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한동안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이날 플로리다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리 목표로 되돌리기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몇 달 동안 일부 인플레이션 지표가 하락했지만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이 같은 경고에도 뉴욕 증시는 이날 나스닥지수가 1.01%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스닥은 최근 5거래일간 2.71%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같은 기간 1.72% 상승했다. 모기지금리 등 각종 이자율의 벤치마크가 되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말 3.88%에서 현재 3.62%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자금 투자나 조달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 매파적이었던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상승했던 골드만삭스 금융시장여건지수는 올 초 100.2에서 현재 99.2로 떨어졌다. 지수가 낮을수록 금융시장이 완화된다는 의미다. 연준이 12월 FOMC 회의록에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연준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계했던 바로 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이날 연준의 공신력을 정면으로 부정하며 이 같은 분위기를 한층 부추겼다. 그는 “40년 이상의 금융 경험으로 볼 때 투자자들이 연준보다 시장이 말하는 것에 더 주목할 것을 강력히 권장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전망이 연준과 엇갈리는 대목은 경기 침체로 인해 기준금리가 곧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대목이다. 건들락 회장은 이날 10년물과 2년물 등 장단기 국채 수익률 곡선 역전이 장기화하는 현상을 거론하며 “수익률 곡선 역전은 언제나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부문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도 팽배하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는 이날 보고서에서 “임금 상승은 지난해 물가 급등을 따라잡았을 뿐이며 실질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면서 “연준은 현시점에서 임금 상승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연준의 인플레이션 우려 자체를 부정했다.


시장의 불신은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물가 안정보다 경기 부양 쪽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상은 고물가 체제로 접어들었지만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확보한 공신력이 현 상황과는 안 맞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관대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아무리 경고해도 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신뢰 형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세계는 다시 저인플레이션 시대로 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뢰 문제는 연준이 이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상황이 연준에 대한 신뢰 문제라기보다 단지 시장의 오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이사 출신인 랜들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이날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주최한 행사에서 “시장은 수십 년 동안 이 정도 인플레이션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맥락을 잃고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1980년대와 달리 연준은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에 금리를 1970년대처럼 많이 올리지는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기대보다 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연준의 견해를 지지하면서 최종금리에 대해서는 “5%대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늦추기에 충분한지 모르겠다. 내 견해로는 6%까지 최종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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