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굴에 진입하게 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대학교수 등 경제·경영 전문가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25%였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역성장(-0.7%)한 것을 제외하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대 저성장은 처음 있는 일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조사 대상자의 76.2%가 올해를 저성장 고착화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앨리스가 기존 방식과 전략이 통하지 않는 ‘토끼굴’에 빠진 것처럼 우리 경제가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을 우려했다. 전쟁이나 팬데믹 같은 글로벌 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 위기에서는 회복이 가능하지만 경제 체질 결함에 따른 저성장 고착화는 극복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 등으로 계속 떨어진다고 봤다. 2030년대 이후에는 잠재성장률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것은 그나마 있는 노동과 자본 등 생산 요소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궁에 빠진 한국 경제가 활로를 찾으려면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 찾기가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나아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규제 사슬을 혁파하고 노동·연금·교육 등의 구조를 개혁하면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성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특단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 지원의 키를 쥔 정치권은 책무를 방기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지만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헛일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는 지난해 말 종료돼 입법이 필요하지만 국회는 손을 놓았다. 국회가 경제 살리기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외려 훼방을 놓는다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경제·민생 입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