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하는 통합사령관을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 전격 교체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수로비킨을 통합사령관으로 임명한지 3개월만에 최고 지휘관을 교체한 것이다.
수로비킨은 올레그 살류코프 육군 대장, 알렉세이 킴 참모차장 등과 함께 통합 부사령관으로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보좌하게 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높은 직급이 작전 명령을 내리도록 한 것은 각 부대 활동을 긴밀하게 조정하고 병참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수로비킨 이전 통합사령관이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관이 통합사령관을 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1년여만에 통합 사령관이 드로르니코프→수로비킨→게라시모프로 바뀐 셈이다.
게시라모프 신임 통합사령관은 지난 2012년부터 10년간 러시아 총참모장 겸 국방부 차관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전쟁중에 지휘관을 2번이나 바꾼 것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겟돈 장군 이라 불리며 내부적으로 존경받는 수로빜민을 대신해 실패한 작전을 세운 게라시모프로 통합사령관을 바꾼 것은 전황의 개선보다 군의 안정성을 더 중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라 매시콧 랜드연구소 선임 정책연구원은 "러시아는 유능한 누군가를 무능한 누군가로 교체했다"며 "게라시모프는 오랜 기간 충성심을 보여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수로비킨 견제를 위한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수로비킨은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참전하고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모스크바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내리는 등 무자비한 장관으로 명성을 날렸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솔라다르를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핵심 지지자로도 알려져 있다.
미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수로비킨 교체에 대해 “실패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로비킨이 권력이 너무 커지면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제치고 푸틴 대통령과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