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안 열고 폐동맥판막 교체" 서울대병원, 亞 첫 100례 달성

소아심장센터팀, 2016년 2월 이후 6년 10개월 만에 100례
태웅메디컬과 자가확장형 판막 공동개발·장기 치료성적도 우수

서울대병원 소아심장센터 의료진이 환자에게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을 시행 중이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소아심장센터 김기범·이상윤 교수팀이 아시아 최초로 가슴을 열지 않고 폐동맥판막을 교체하는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PPVR·Percutaneous Pulmonary Valve Replacement)’ 100례를 달성했다고 11일 밝혔다.


폐동맥판막은 심장 내 우심실이 폐로 뿜어낸 혈액이 우심실로 돌아오는 것을 막아주는 조직이다. 폐동맥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데 이상이 생겨 역류가 발생하면 인공판막을 넣어 좁아진 판막을 확장시켜야 한다. PPVR은 패동맥판막 질환이 있는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지 않고 대퇴정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넣어주는 시술이다.


서울대병원은 2016년 2월 태웅메디컬과 함께 자가확장형 펄스타(Pulsta) 판막을 개발하고 PPVR을 시작했다. 2019년 5월부터는 비교적 직경이 작은 미국 메드트로닉의 풍선확장형 멜로디(Melody) 판막도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100번째 PPVR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약 6년 10개월 만에 아시아 최초 100례 기록을 세웠다.



사진 제공=서울대병원

선천성 심장병 환자는 출생 직후인 영아기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상태에 따라 4~5차례에 걸쳐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반복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인해 여러 후유증을 앓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특히 팔로사징(Tetralogy of Fallot)과 같이 선천적 우심실 유출로 기형이 발생해 폐동맥판막 성형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판막기능 저하로 역류가 생겨 우심실이 늘어나거나 판막이 좁아져 심한 협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심부전까지 진행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슴을 열고 심장을 세운 뒤 폐동맥판막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해왔는데, 수술이 반복될수록 통증 및 후유증이 큰 데다 재수술 횟수가 많아질수록 합병증 위험이 커져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절실했다. 소아심장센터팀이 폐동맥 역류가 있는 환자에게 PPVR을 시행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현재까지 소아심장센터에서 PPVR을 시행받은 환자의 75%는 펄스타 판막을 삽입 받았다. 초기 시술 환자 10명의 심장초음파 검사를 확인한 결과 시술 후 6년이 경과했음에도 초기와 같은 판막 기능을 보여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소아심장센터는 국내외 의료진들에게 PPVR 시술 방법을 포함해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계획 등을 교육하며 의료기술 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펄스타 판막은 세계 10개국, 23개 센터에서 시술에 사용 중이다. 유럽 의료기기 인증(CE)을 받기 위한 임상 시험을 마쳐 판막 수출을 통한 국익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심장을 열지 않고 폐동맥판막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경피적 폐동맥판막 치환술은 반복적인 재수술과 합병증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치료법”이라면서 “흉터가 거의 없고 합병증의 위험이 적으며 입원기간이 짧아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를 아시아 최초로 100례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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