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 "얼렁뚱땅 과거사를 얼버무리는 해결책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제3자를 통한 변제'란 틀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관한 해법을 마련 중임을 사실상 공식화한 자리에서 나온 발언으로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외교부와 공동주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개회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장은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피해자 배상책임을 거론한 2012년 5월 기점으로 하면 10년이 넘은 현안이지만, 아직도 피해자들을 위한 뚜렷한 해법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오늘 토론회는 피해자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가슴 서린 한을 풀기 위한 자리"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사를 직시하면서 한일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가 손 잡고 선언한 한일 파트너십 선언 정신을 되살려서 양국관계를 가장 좋았던 시절로 되살리는 것이 우리 외교의 목표고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또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다"며 "한일 양국의 성의 있는 접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정 위원장은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선 안과 밖에서 동시에 껍질을 깨야 한다는 '줄탁동시'란 말이 있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 역시 마찬가지"라며 "일본 정부와 정계에 책임 있는 지도자를 만나 우리의 이런 뜻을 분명히 전달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날 외교부는 제3자 변제를 공식화했다. 제3자는 그간 알려졌던 대로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우선 거론된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토론회 발제에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제3자의 대위변제' '중첩적 채무인수' 방안 등을 논의·검토했다"며 "핵심은 '법리 선택'보다 '피해자들이 제3자를 통해서도 우선 판결금을 받아도 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이처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을 통해 제3자 변제'를 논의해온 사실을 공식 확인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피해자 측은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피고 기업이 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일본 정부·기업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없이 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방식에 피해자들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