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민정의 갈증을 해소해 준 '스위치'

영화 '스위치' 이민정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이민정이 영화 '스위치'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코미디부터 자신을 내던져 남편을 지지하는 진한 가족애까지, 이민정이 그토록 원하던 휴머니즘을 보여준 것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더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스위치'(감독 마대윤)는 캐스팅 0순위 천만 배우이자 자타 공인 스캔들 메이커,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만끽하던 톱스타 박강(권상우)이 크리스마스에 인생이 180도 뒤바뀌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강은 성공을 위해 첫사랑 수현(이민정)과 이별을 택한다. 그러나, 바뀐 인생 속 수현은 박강의 아내가 돼 있고, 쌍둥이 자녀도 키우고 있다. 수현은 재연배우로 벌이가 시원치 않은 박강을 대신해 화방을 운영하고, 마트 아르바이트도 서슴지 않는, 생활력 강한 인물이다. 박강은 그런 수현에게서 진정한 사랑과 가족애를 느낀다.


이민정이 10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스위치'를 선택한 것도 따뜻한 가족애가 있었기 때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과 휴머니즘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공감이 가는 대본을 읽었을 때 캐릭터 표현에 대한 확신이 든다"는 이민정은 수현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인생이 바뀌는 상상이라는 소재도 그가 '스위치'를 이유 중 하나였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결말 부분이 '꿈인 건가?' 싶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스위치'는 결말이 어떨지 알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먹먹하더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멜로, 휴먼, 가족 코미디가 사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갖고 있거나, 앞뒤를 모르겠는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고전적인 느낌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감성의 터치가 적절해서 좋았어요."(웃음)



영화 '스위치' 스틸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수현은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캐릭터로 일상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대사도 정형화되지 않았다. 마 감독은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배우들이 일상적인 톤으로 자유롭게 대사를 할 수 있게 연출의 방향성을 잡았다. 한마디로 놀 수 있는 판을 깔아 준 것이다.


"실제 제 삶이 연기에 반영된 부분이 많아요. 박강과 수현이 누워 있는데, 박강이 키스하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수현이 코를 골죠. 권상우가 '실제로 코를 골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는데, 전 '코를 잡는다'고 답했어요. 바로 그렇게 연기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변형된 게 많습니다. 특히 아이들과 노는 신은 자유롭게 찍었죠."


우리 옆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외형적인 부분도 중요했다. 대부분 집 안에서 있는 장면이 많은 만큼, 편안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선택해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다. 생활감을 더하기 위해 머리도 살짝 풀린 채로 진행하는 등 최대한 갖춰진 모습은 피했다.


"고쟁이 잠옷을 준비했는데, 영화사 쪽에서 '의상이 너무 심하다'고 얘기가 나올 정도로 생활감이 있었어요. 사실 여자들이 집에 있으면 남자 반바지 같은 거 입고, 잠옷도 크게 입잖아요. 제가 너무 리얼하게 준비한 거죠. 영화는 화면이 커서 조금만 화장을 더해도 티가 나요. 그래서 메이크업도 최대한 덜어냈습니다. 당연한 설정이잖아요."




수현은 잘나가지 않는 재연배우인 박강을 대신해 자신이 가장이 돼 살림을 꾸린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까지 남편의 프로필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민정은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수현이 좀 과다하게 챙긴 게 아닌가 싶어요. 정말 착해서 연기하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저도 생활력이 있는 편이기는 해요. 빨리 상황을 해결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데, 전구를 갈아 끼우는 것도 남편을 부르기 전에 제가 해버릴 정도예요. 그런데 너무 빨리 처리해서 그런지, 가족들은 이게 고장 났는지조차 모르더라고요. 가끔 '이건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해야지'라고 마음먹기도 합니다."


아역 배우와의 촬영은 즐거웠다. 현장의 편안함은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스위치' 속 가족의 분위기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이민정이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아역 배우와의 호흡도 좋았던 것이다. 엄마가 된 이민정은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은 얼굴을 못 숨겨요. 거리감이 있으면 티가 나죠. 현장에서 정말 재밌게 놀아야 찍을 때도 자연스러워요. 또 아이들은 2주 만에 봐도 낯을 가리는데, 무장해제 시키기 위해 더 잘 놀아줘야 됐어요. 아역 배우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걸 보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죠."(웃음)


"아무래도 모성애 연기는 아이를 낳기 전과 후가 다르더라고요. 감정 폭이 2~3배는 더 키진 느낌이에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세상이 나를 위주로 돌아갔다면,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내가 그 애의 세상을 만들어줘야 되잖아요. 저 자신이 없는 상태가 더 많죠. 그만큼 그 아이를 사랑하니까요. 이런 게 고스란히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스위치'는 이민정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그동안 그는 주로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10년 만에 영화 현장을 다시 찾은 그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스태프들의 복지가 달라진 것 같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스태프들의 휴게 시간이나 복지가 좋아졌더라고요. 테이블에 커피와 라면이 구비돼 있고, 잼은 종류 별로 있었어요. 옛날에는 현장이 조금 더 힘들었어요. 밤이 늦어도 촬영을 조금 더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정확한 계획 아래에서 흘러가더라고요. 잠을 너무 못 자고 힘든 상황이 오면 최고가 나오지 않는데, 그때의 현장은 정말 좋았어요."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증이 큰 이민정은 앞으로도 다채로운 캐릭터에 도전할 예정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나오지 않았던 감정들이 지금은 나오고 있다고. 그는 이런 감정을 풍부하게 펼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평화롭고 따뜻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뒤에서 사이코패스 같은 일을 일삼는 반전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섬뜩하고 센 역할이요. 사실 남자 배우들은 캐릭터의 폭이 큰데, 여자 배우들은 그만큼의 결이 많지 않아요. 한국 영화에서도 차별화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2023년에도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 아웃풋이 많이 보일 거예요. '오은영 게임'이라는 예능프로그램도 시작하는데, 아이들의 성향을 보는 거라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웃음과 감동이 있을 예정이니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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