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더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서 직접 체험 해볼 겸 아이와 함께 와봤어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20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맞벌이 학부모 이모(37)씨는 하루 휴가를 내고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과 함께 박람회를 찾았다. 이씨는 “코딩 교육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워낙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에듀테크 관련 행사에 자주 온다”며 “관련 행사 중에는 규모도 가장 크고 내용도 알차 연차까지 내서 데리고 왔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교육박람회’는 2004년 국내 최초 교육 종합 박람회로 시작한 공교육 분야 대표 전시회다. 올해는 ‘교육이 미래다’를 주제로 12일부터 사흘간 열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교육박람회인 만큼 이번 전시회에는 무려 420개 기업이 참가해 1400여개의 부스를 차렸다.
박람회장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부터 메타버스, 코딩, 스마트스쿨, STEAM(융합인재) 교육까지 각양각색의 교육 관련 기술·제품들이 전시돼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은 코딩토이나 놀이 방식의 학습 도구를 체험하는 아이와 학부모 뿐 아니라, 실제 교육에 활용할 제품과 기술을 유심히 찾는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 외국인 투자자들로 붐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다소 미흡하고 모호하게 느껴졌던 에듀테크가 이제는 B2C(기업과 소비자)는 물론 B2B(기업과 기업), B2G(기업과 정부 등 기관)까지 교육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인상을 줬다.
특히 최근 교육당국이 기초학력 제고를 위한 도구로 주목하고 있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 도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기자가 찾은 ‘아이스크림에듀’ 부스에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2세대 스마트러닝 학습기인 ‘아이스크림 홈런 2.0’이 전시돼 있었다. 방탄소년단(BTS) 캐릭터인 '타이니탄'을 활용한 태블릿 학습기기 자체도 눈길을 끌었지만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 성향을 실시간으로 진단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 전략까지 제시해주는 ‘AI 생활기록부’와 같은 기술이 돋보였다. 학습 동기를 끌어내기 위해 꾸준히 학습을 완료해나가면 아이 이름으로 실제 나무를 숲에 기부해주는 ‘습관나무’라는 프로그램도 독특했다.
실제 해외 업체와 교육청 관계자들의 문의와 관심이 이어졌다. 아이스크림에듀 관계자는 “해외 IT 기업이나 국내 애니메이션, 성우 업체 등 다양한 업체에서 협업을 문의했다”며 “B2C는 물론 B2B, B2G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분야는 단연 ‘코딩’ 이었다. 2025년부터 초·중학교에서 의무화되는 코딩교육의 인기가 벌써부터 치솟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학생들이 메인보드에 간단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해 자동차나 로봇 등을 움직이게 할 수 있게 하는 '코딩토이’을 내놓은 업체들이 특히 많았다. 아이씨뱅큐는 전자부품 쇼핑몰이지만 코딩 교육이 서서히 활성화되자 2015년쯤 교육 분야에 뛰어들었다. 학생들이 쉽게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메인보드와 카메라 모듈, 각종 센서 등 반도체를 꾸러미로 제공한다. 아이씨뱅큐 관계자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 뿐 아니라 매주 무료로 온라인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며 “교사나 학교 단위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전문 디자이너가 할 법한 3D 디자인 모델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생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엔닷캐드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체험하는 모습이었다. 엔닷캐드는 독보적인 3D 엔진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엔닷캐드 관계자는 “게임이나 메타버스, 제품 이미지, 건축·설계 등에 활용되는 3D 그래픽을 학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다른 프로그램 대비 5분의 1 수준의 학습 시간만 투자해도 될 정도로 관련 업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쉽고 빠르게 관련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 마지막 날인 이날에는 △이티에듀와 함께하는 SW 토크 콘서트 △자녀 입시 교육 전문가 오대교가 진행하는 '강남엄마의 교육전략 강연회' 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