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경기 경착륙을 저지하기 위해 민간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의 악성 미분양 단지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정부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등 기존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확대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5일 LH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LH 서울지역본부는 지난달 21일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각각 2억 1000만~2억 6000만 원에 매입했다. LH 서울지역본부는 분양가의 15%를 할인 받아 총 79억 4950만 원에 해당 물량을 사들였다. 이번 매입 주택은 모두 원룸형이며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LH 매입임대주택으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예정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서울의 대표적인 악성 미분양 단지로 꼽히던 곳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2월 일반분양 당시 6.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무더기로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쏟아졌다. 같은 해 6월 입주 이후에도 미분양을 털지 못하자 시행사는 분양가를 15% 낮추고 입주자 관리비 대납 조건까지 내걸었고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을 7차례나 진행했지만 시장의 호응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부동산 업계는 LH의 매입 시점이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미분양 주택 정부 매입 검토’ 지시 직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다만 LH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은 대통령 지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건은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계없이 지난해 8월 시행된 기존주택 매입 공고에 따라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 신청은 대통령의 미분양 매입 검토 지시 이전인 2022년 9월에 이뤄졌다”며 “기존주택 매입 요건에 부합하는 주택에 한해 실사 및 심의를 통해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불거진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가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중 일부를 매입해 임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5만 8027가구로, 정부가 ‘위험선’으로 보고 있는 6만 2000가구에 육박하는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7110가구로 전체의 12.3%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예산 확보와 시장 반발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매입임대주택을 떠안아야 하는 LH의 부채비율은 221%로 여전히 위험 수준인 데다, 사업시행사의 고분양가와 수요예측 실패로 인한 미분양 문제를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는 부분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매입에 따른 시장 영향 등을 살펴보고 있는 단계로, 매입 방식이나 시기 등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