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US 여자오픈 대회 코스가 페블비치예요. 그곳에서 우승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토끼띠 골퍼’ 최혜진(24·롯데)이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 골프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천상의 골프장’인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를 찾는다. 7월 열릴 이 대회를 최혜진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코스가 정말 예쁘다고 얘기만 많이 들었지 가보지 못해서…. 거기서 우승하는 장면을 꿈꾸고 있습니다.”
한국 여자골프 에이스 계보를 이은 최혜진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를 맞는다. 최근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그는 데뷔 시즌을 돌아보며 “코스 컨디션과 연습 환경이 아주 좋았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투어 생활을 하는 것도 새로웠다. 나름 만족한 시즌이었다”면서도 “우승을 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했다.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 편이라 음식 적응은 문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였다”고. 대회 뒤 짧은 여행으로는 뉴욕과 라스베이거스를 돌아봤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0승에 2019시즌 대상·상금왕·최소타수상 싹쓸이, 2018~2020시즌 대상 3연패에 빛나는 최혜진은 지난해 미국 무대에서 신인상 포인트 2위, 상금 랭킹 6위에 올랐다. 27개 출전 대회에서 준우승 한 번 등 톱 10에 열 번 들었고 그린 적중률 3위(76%)로 컴퓨터 아이언을 뽐냈다. 유일한 아쉬움은 우승이 없다는 거였다.
최혜진은 새 시즌 각오를 말하며 “아무래도 빨리 우승을 하고 싶은데 최대한 꾸준한 성적도 내고 싶다. 작년에는 좋은 성적을 낸 적도 많았지만 경기가 안 풀릴 때는 너무 성적이 안 좋았던 때도 있었다”며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성적을 꾸준히 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우승에 요구되는 한 가지는 ‘정신력’을 꼽았다. “실력은 사실 별 차이가 없어요. 자기 플레이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웃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린다고 봅니다. 멘탈이 뛰어나야 위기를 잘 극복하고 기회가 왔을 때는 확실히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세리, 박인비, 김효주, 박성현 등을 보며 꿈을 키워온 최혜진은 어느새 후배 주니어들의 롤모델이 됐다. 꿈나무들에 대한 조언으로 그는 “‘한 번 포기하면 그다음 포기는 더 쉬워진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힘이 들더라도 최대한 참아봐야 해요. 한계에 부딪혀봐야 성장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동안 경기나 훈련을 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근데 이건 저 스스로도 계속 새겨야 하는 말 같아요.”
새로운 10승을 향해 다시 출발선에 선 최혜진은 1주일에 4~5일을 트레이닝 센터에서 살다시피 하며 민첩성과 순발력 기르는 운동을 하고 있다. 틀어졌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필라테스도 병행한다. 오는 24일 태국으로 떠나 샷 훈련에 들어가는 최혜진은 2월 23일 태국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로 2023시즌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