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와중에도 미국 대형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확대하며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 시간) 실적을 발표한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웰스파고 등 4개 은행은 지난해 4분기 총 61억 8000만 달러의 부실대출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하면 35% 늘어난 수준으로 2012년 4분기 이후 분기 기준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JP모건은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3분기 15억 3700만 달러에서 4분기 22억 8000만 달러로 48.8% 늘렸다. 대손충당금은 장래 고객의 부도 등으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마련해놓는 자금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어난다는 것은 대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을 전망한다는 의미다.
대형은행들은 당장 고객들의 신용부실 확산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JP모건은 실적발표에서 “경제에 대한 회사의 기본 전망은 완만한 경기 침체”라며 “대손충당금 확충은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BoA 최고경영자(CEO)는 “점점 더 활기가 떨어지는 경제 환경에서 지난해 4분기를 우리는 전년 대비 강한 실적 성장으로 마감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는 은행 실적에서도 드러났다. JP모건과 BoA는 각각 6%, 2% 성장한 반면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는 각각 21%, 50%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이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4분기 웰스파고의 신규 모기지 대출 실행 규모는 총 15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480억 달러에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JP모건의 모기지 대출액은 420억 달러에서 70억 달러로 더 크게 줄었다. 팬데믹 기간에 급증했던 기업 인수합병(M&A)이 감소하면서 이에 따른 수익도 50%가량 줄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관건은 신규 대출이나 산업 둔화가 기존 신용 부실로 이어지느냐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현재의 경제 불확실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여전히 초과 현금을 가졌고 기업들의 재무도 건전해 미국 경제는 현재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취약한 에너지·식량 공급, 계속되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상승, 전례없는 양적 긴축 등 여러 요인에서 오는 역풍의 궁극적인 영향을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