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가속이 붙고 있다. 과징금 부과 전 검찰의 수사 결과 통보 조항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금융위원회가 해당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에 동의하면서 법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해당 방침에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상황이어서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 모두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16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 처벌뿐 아니라 징벌적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최근 금융위가 마련한 안을 바탕으로 이견이 좁혀져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당국이 부당 이익을 신속히 환수해 불공정거래 범죄 재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가 진행 중이어도 금융위 차원의 조사를 통해 부당 이익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7년부터 5년간 불공정거래 274건 중 93.6%는 과징금 등 행정 조치 없이 수사기관 고발·통보 조치만 이뤄졌다. 이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과징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윤관석·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각각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행위자에게 부당 이익 금액의 2배 이하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부당 이익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50억 원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매긴다.
그동안 개정안 처리가 미뤄진 것은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 간 관계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 의원 안은 원칙적으로 ‘검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검찰총장과 협의되거나 혐의를 통보한 지 1년이 지난 경우 수사 결과 통보 전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정무위원은 검찰과의 협의를 법에 명시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과징금은 신속성이 생명인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린 뒤 부과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형사처벌을 위한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행정처분의 독립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안 처리에 물꼬가 트인 것은 금융위가 과징금 부과 절차를 법안에서 제외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다. 금융위는 자체 조사를 통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대신 구체적인 부과 절차는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을 통해 보완할 방침이다. 마침 박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둔 상황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과징금 부과 절차를 제외하면서 이견이 해소돼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전문가들은 부당 이익의 신속한 환수가 형사처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되기에 그사이 불공정거래 위법행위자가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징금 부과로 불공정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차단해야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역량 강화 방안’에 과징금 도입 추진이 포함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무위 관계자는 “이번 자본시장법이 통과되면 금융위의 큰 숙원 사업 중 하나가 해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