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준비못한 씨젠, 인력 유출 골머리

작년 3분기 1053명…6개월새 11% ↓
신사업 성과 못내면서 R&D인력 이탈
감소세 가팔라 성장동력 상실 우려


엔데믹 시대를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진단업계의 인재 수급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특수에 임직원을 가장 많이 늘렸던 씨젠(096530)은 최근 극심한 인력 유출을 겪고 있다. 엔데믹 전환에 맞춘 신사업 투자 등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인재가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국내 주요 진단기업들과 비교해 직원 감소세가 가장 가팔라 중장기 성장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10대 진단기업 중 지난해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씨젠으로 나타났다. 씨젠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1053명으로 1분기 1187명에 비해 6개월 만에 11.3%나 급감했다.


다른 진단 기업들과 비교하면 씨젠의 인력 유출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의 업계 1위인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의 인력은 지난해 1분기 521명에서 3분기 568명으로 9%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2022년 매출 3조 원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외 진단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아이센스(099190)는 1분기 770명에서 3분기 844명으로 인력이 9.6%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685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6.1% 성장했다. 같은 기간 휴마시스(205470)도 44.7%, 엑세스바이오(950130)도 9.5% 직원 수가 늘었다. 바이오니아(064550)(-7.3%), 랩지노믹스(084650)(-7.2%), 녹십자엠에스(142280)(-7.2%) 등은 직원 규모가 축소됐지만 감소폭이 씨젠보다는 작다.


특히 씨젠은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연구개발(R&D) 인력이 진단업계에서 유일하게 같은 기간 11.4%나 감소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R&D 인력이 이 기간 15.7%, 바이오니아가 45.1%, 엑세스바이오는 14.3%를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모양이 좋지 않다. 씨젠은 코로나19 특수 이후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보단 고급 R&D 인력을 대거 빨아들이며 미래를 준비했다. 그러나 씨젠의 이같은 선택이 무위로 돌아갈 위기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직원 수를 3배까지 늘린 씨젠이 엔데믹 전환 이후 실적이 악화하자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씨젠은 2021년 매출 1조 3708억 원, 영업이익 6667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3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씨젠이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35.7% 감소한 8816억 원의 매출과 68% 급감한 21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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