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혁 과제를 외면한 채 ‘윤심(尹心) 정쟁’에만 빠졌다는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각 세력의 신경전이 과열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뛴 우리 모두가 친윤(親尹)”이라며 “앞으로 ‘친윤’ ‘반윤(反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장수들이 합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친윤 세력과 나경원 전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의 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낯 뜨거운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밀고 있는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1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통속적인 정치 신파극”이라며 ‘비겁한 반윤’이라고 비난했다. 나 전 의원은 15일 “제2의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장 의원은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고 반격했다. 이준석 전 대표까지 가세해 “사무총장 호소인을 심판하면 된다”며 차기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장 의원을 공격했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 극복과 노동·연금·교육 개혁 성공에 앞장서야 할 여당의 당권 주자들이 총선 공천권과 당직 등을 노린 권력 싸움에 매몰돼 있다. 친윤 세력은 윤 대통령과 엇박자를 보인 이 전 대표와 같은 지도부가 재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심’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흘리고 다른 주자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경선의 공정성을 해친다.
윤심만 바라보는 진흙탕 당권 싸움으로는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내년 총선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당권 주자들은 지금부터라도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비전과 리더십을 놓고 승부를 벌여야 한다. 그러려면 최근 “무슨 윤심이 있겠나”라고 언급한 윤 대통령이 여당 대표 경선에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거 친이·친박 갈등과 ‘진박’ 논란 등으로 정권을 놓쳤던 악몽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